[사설]북한은 억지 그만 부리라

동아일보 입력 1996-11-20 20:29수정 2009-09-2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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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판문점 북측 연락사무소를 잠정 폐쇄하기로 한 것은 또다시 그들의 속셈을 의심하게 하는 도발적 행위다. 92년 설치된 남북연락사무소가 그동안 큰 역할을 해오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남북한 당국간의 유일한 상시(常時) 대화 채널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상징성을 갖고 있었다. 그같은 남북연락사무소의 존재 의미를 무시하고 하루 아침에 일방적으로 사무소를 폐쇄한 북한 당국의 호전적 태도는 용납될 수 없다. 북한이 강릉 무장간첩 사건으로 인한 궁지를 벗어나려는 목적으로 대화통로를 폐쇄했다면 더욱 지탄받아 마땅하다. 의도적으로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면 韓美(한미)간 마찰이 확대되고 그 틈새로 외교적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한심스럽다. 한반도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그에 따른 미국이나 일본의 무마책을 끌어내려는 행동은 민족적 기대를 저버리는 어이없는 작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지금이라도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양식을 되찾는 일이다. 무장간첩을 보내 같은 민족에게 큰 피해를 줘 놓고 유감표명은 미국에 하겠다는 북한은 자신들의 억지를 깨닫지도 못할 정도의 내부적인 체제 위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 국제사회의 시선이나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무모한 행동을 거듭하는 것을 보면 다시 무슨 일을 저지를지 걱정이다. 북한의 또다른 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본란이 이미 여러번 강조했듯이 북한이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공식기관이 나서 직접 한국에 사과,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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