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총각의 북한이야기]이성교제…한번 사귀면 결혼까지

  • 입력 1996년 10월 27일 20시 38분


남한에서는 남녀가 만날 기회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남녀의 만남이 진지하지 못하고 일회성이거나 즉흥적일 때도 적지않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에는 미팅 같은 것은 없지만 나름대로 만남의 기회를 만든다. 내가 대학생일 때 평양시내 대학생들은 대동강변에서 데이트를 많이 했다.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대동강변에 나가 산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비위가 강한」 친구들이 여학생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우리는 대학에 다니는데 함께 이야기나 나누자」는 식이었다. 대학생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모표가 달린 대학모자와 대학배지가 달린 교복을 입고 다녔기 때문에 소속학교를 금방 알 수 있었다.여학생들은 아주 싫지 않으면 이에 응할 때가 많았다. 그러면 단물이나 얼음과자를 사먹으면서 산책하곤 했는데 헤어질 때 마음에 들면 여학생들이 기숙사 호실번호를 알려주었다. 주말 같은 때 시간이 되면 여학생 기숙사로 찾아가 수위를 통해 여학생을 불러냈다. 이 때문에 여학생기숙사 주변에 가면 젊은 남녀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데이트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인민대학습당」이라 불리는 국립도서관도 남녀 대학생들이 만남의 장소로 즐겨 이용했다. 남자들은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보면 옆에 다가가 앉아 공부를 하는척 하다 지우개를 빌리자는 등 핑계를 만들어 말을 건넸다. 여자가 반응을 보이면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여자가 가면 언제 다시 공부하러 오느냐고 물었다. 이때 여자가 다시 오는 날짜를 말해주면 거의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비오는 날 지하철역 앞에서 우산없이 서있다가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보면 그녀의 우산 밑으로 뛰어들어가 함께 쓸 수 없느냐고 말을 거는 수법도 대담한 남자들은 자주 이용했다. 또한 일주일에 한두번씩 노천광장에서 군중무용이라는 춤을 추게 했는데 이때 이런 장소는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남자들은 마음에 드는 여자앞에 다가가 몸을 열심히 흔들다가 말을 걸곤 했다. 남한의 일부 젊은이들처럼 처음 만난 날 육체까지 허락하는 일은 없었지만 이런 것이 남녀들의 만남의 시초가 됐다. 이밖에 대학생들은 행사훈련 때나 건설노동 모내기전투 등과 같은 활동때 다른 학교 여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었고 이때 사랑의 싹이 트기도 했다. 친구의 소개나 열차 여행때 여자를 만나는 경우도 많았다.북한에서는 남녀가 한번 만나 사귀면 헤어지지 않고 결혼까지 가는 경우가 많았다. 全 哲 宇(한양대졸업·89년 동베를린에서 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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