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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나이트(189)

입력 1996-10-18 22:14업데이트 2009-09-2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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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철없는 사랑〈28〉 정말 바그다드는 아름다웠다. 길거리는 더없이 깨끗하고 집집마다 테라스 가득 꽃 을 가꾸고 새를 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러나 어디에도 갈 데가 없었다. 그들은 서로 손을 잡은 채 어디랄 것 도 없이 걸었다. 이렇게 걷다보니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아름다운 정 원 안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길은 깨끗이 소제되어 물이 뿌려져 있고, 긴 담을 따라 하얀 의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길가 허공에 매달아 놓은 항아리마다 맑고 시원한 물이 가득 넘쳐 흐 르고 있었으니 마음껏 물을 마시고 세수를 할 수도 있었다. 머리 위에는 갈대와 등 나무 덩굴을 바둑판 무늬로 엮은 차양이 쳐져 있어서 정원 사이로 난 길 위에 그늘 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리고 길이 끝나는 곳에는 문이 하나 나 있었는데 그것은 잠 겨 있었다. 『정말이지 여기는 기막히게 아름답군』 누르 알 딘은 아니스 알 쟈리스에게 말했다. 『우리 여기 잠깐 동안 앉아 쉬었다 가요』 아니스 알 쟈리스가 말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세수를 하고 시원한 물을 마신 뒤 나란히 의자에 가 앉았다. 그렇게 나란히 앉아 있으려니까 서늘한 산들바람이 불 어왔고, 두 사람은 졸음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긴 항해를 하는 동안 두 사람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던 것이다. 또 쫓기는 몸으로 고향을 떠나 이 낯선 타국에까지 오게 되었으니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지쳐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 손 을 맞잡고 어깨에 어깨를 기댄 채 깊이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영원히 잠드는 일이 없는 신께 영광 있을지어다! 그런데 그들이 잠들어 있는 정원은 「기쁨의 동산」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문을 열 고 안으로 들어가면 「쾌락의 궁」이라고 불리는 정자와 「그림의 누각」이 솟아 있 는데, 이것들은 모두 교주 하룬 알 라시드의 소유였다. 교주는 마음이 울적해지면 곧잘 이 정원과 궁으로 와 휴식을 취하곤 했다. 교주가 행차하면 시녀들을 시켜 격 자문을 열게 하고 방마다 불을 켜게 하고는 배작사 이샤크 빈 이브라힘이나 노예계 집들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곤 했다. 따라서 이 정원 근처에는 아무도 함부로 얼씬거 릴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게다가 교주는 정원지기 노인 이브라힘에게 이 정원 근처 에서 노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 마음대로 처분할 권리를 인정해 주었다. 누르 알 딘과 아니스 알 쟈리스는 그 사실도 모르고 거기서 잠들어버렸던 것이다. 누르 알 딘과 아니스 알 쟈리스가 정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마침내 정원지기가 정원을 한 바퀴 돌아볼 요량으로 문을 열고 나왔다. 문을 열 고 나오던 노인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문 근처 의자에 두 사람의 남녀가 한 베일에 싸여 자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것을 본 정원지기 노인은 혼자 말을 했다. 『어럽쇼! 이 두 사람은 뭘 모르는 모양이군. 이 근처에서 놀고 있다가 붙잡히면 누구를 막론하고 목을 베어도 좋다고 하는 교주님의 허락을 내가 받았다는 걸』<글 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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