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철녀’ 박정순, 2위와 3시간 이상 차이로 서울100K 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2일 2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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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m는 내게 끊임없는 도전이다. 70세까지 도전을 이어 가보고 싶다.”

65세의 수영강사 박정순 씨는 21일 1박 2일 일정으로 열린 2023 서울국제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서울100K) 100km 여자부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들어온 뒤 이렇게 말했다. 1회 대회 때부터 우승을 했던 박 씨는 이날도 18시간 23분 9초의 기록을 세우며 4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18시간 23분 9초의 기록으로 2023 서울국제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 100km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박정순 씨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기뻐하고 있다. 박 씨는 1회 대회부터 4회 연속 정상에 섰다. 서울100K 사무국 제공.
지난해 18시간 15분 44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했던 박 씨는 1년 전보다 약 8분 늦어진 기록으로 우승을 했지만, 2위 노윤선 씨(21시간 39분 10초)보다 3시간 이상 빠른 기록을 보였다. 박 씨는 “중간 체크포인트(CP)에서 이미 2위가 보이지 않아 부상 없이 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대회 완주를 하려다 보니 기록을 신경 쓰지 않았다. 나이가 있어서 부상 위험이 많기 때문에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저만의 노하우로 대회를 잘 마무리했다”며 “지난해와 코스가 좀 달라져 당황스러운 구간이 있었지만, 북한산 진달래 능선이나 수락산 둘레길 등 정말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전업주부였던 박 씨는 수영에 남다른 능력을 보여 40대 후반 생활체육 수영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해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마라톤에 나서 각종 대회 풀코스에서 입상했고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트레일러닝 여자부에선 독보적인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45km, 지리산 화대종주 48km 등 숱한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상위권에 입상했다. 박 씨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수업이 없는 주말을 이용해 토요일에는 단거리, 일요일에는 장거리 훈련을 했다”며 “대회 직전에는 체력 보강을 위해 오히려 푹 쉬었다”고 말했다.

장동국 씨가 21일 1박 2일 일정으로 열린 2023 서울국제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며 환호하고 있다. 100km 남자부에서 14시간 34분 46초로 우승한 장 씨는 이번 대회 참가자 중 유일한 14시간대 기록을 세웠다. 서울100K 사무국 제공.
장동국 씨가 21일 1박 2일 일정으로 열린 2023 서울국제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며 환호하고 있다. 100km 남자부에서 14시간 34분 46초로 우승한 장 씨는 이번 대회 참가자 중 유일한 14시간대 기록을 세웠다. 서울100K 사무국 제공.
100km 남자부에서는 장동국 씨(47)가 14시간 34분 46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우승했다. 장 씨는 트레일러닝 경력 3년 차에 불과하지만 이번 대회 참가자 중 유일한 14시간대 기록을 세웠다. 장 씨는 “서울100K 참가를 위해 3년 간 준비했다”며 “아침에 온 비가 오히려 페이스 조절에 도움이 됐다. 후반부 도로 구간이 힘들었지만 도심과 어우러진 코스는 단연 최고”라고 말했다.

해외 초청선수로 이번 대회 50km 남녀 부문에서 각각 우승한 호세 앙헬 페르난데스 히메스(좌)와 마리나 쿠넷토. 서울100K 사무국 제공
50km에서는 해외 초청선수들이 나란히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는 트레일러닝 주요 대회에서 입상 기록이 있는 해외선수 11명이 참가했다. 5시간 11분 7초로 남자부에서 우승한 호세 앙헬 페르난데스 히메스(33·스페인)는 “한국에 처음 와봤는데 산과 바위, 단풍이 어우러진 스카이라인은 세계 최고의 경치였다”고 말했다. 히메스는 페냐골로사 트레일 50km와 유러피안 러닝페스티벌 100km에서 각 1위를 차지했던 강자다.

6시간 22분 48초로 여자부 챔피인이 된 마리나 쿠넷토(32·이탈리아) 역시 “아시아 국가는 처음인데, 서울 성곽길이 인상적이었다”며 “고도가 생각보다 높았지만 도시와 산이 어우러진 최고의 코스”라고 평가했다.

10km는 젊음의 열기가 가득했다는 평가다. 100km, 50km가 21일 오전 5시에 출발한 것과 달리 10km는 오전 8시에 출발했다. 출발과 동시에 비가 내려 초보자들이 많이 참가한 10km에서는 중도 포기자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완주율이 98%에 달했다. 주최 측은 “최근 2030세대 사이의 트레일런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10km 부문 우승자 이규환 씨(좌)와 김선영 씨. 서울100K 사무국 제공
10km 부문 우승자 이규환 씨(좌)와 김선영 씨. 서울100K 사무국 제공
10km에서는 이규환 씨(43·57분 43초)와 김선영 씨(47·1시간 8분 51초)가 각각 남녀부 우승을 차지했다. 이 씨는 “1시간 이내를 목표로 지난주 2번의 답사를 했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고, 5년 경력의 트레일 러너인 김 씨는 “인왕산 정상에서 수능을 앞둔 고3 딸을 위해 소원을 빌었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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