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日에서 서로 ‘특별하다’했던 최용수와 김남일의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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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5월 29일 0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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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감독(왼쪽)과 김남일 감독이 지도자로서 처음 격돌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최용수 감독(왼쪽)과 김남일 감독이 지도자로서 처음 격돌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사람 일이라는 게 참 알 수가 없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 같은 방향을 바라봤던 동지였는데 이렇게 빨리 적으로 충돌할 것인지는 당사자들도 예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대표팀에서 오랜 시간 한솥밥을 먹던 선후배 관계는 차치한다. 불과 3년 전, 한 사람은 감독으로서 또 한 사람은 그 감독을 보좌했던 코치로 호흡을 맞췄던 이들이 2020년 5월 적으로 지략 대결을 펼친다. 어느덧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 된 ‘독수리’ 최용수 감독과 이제 겁 없는 도전을 시작하는 ‘남메오네’ 김남일 감독이 K리그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FC서울과 성남FC, 성남과 서울이 31일 오후 4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4라운드서 격돌한다. 이번 라운드 최고의 매치업이다. 1라운드 패배 후 2연승 상승세를 타고 있는 FC서울, 개막 후 3경기에서 1승2무 무패를 달리는 성남, 좋은 흐름 속에서 겨루는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이다.

아무래도 스포트라이트는 양 팀 벤치를 지키는 지도자들에게 향한다. 넘치는 카리스마를 지닌 최용수 감독과 김남일 감독이 사령탑 대결을 펼친다는 자체만으로 큰 관심이다. 둘 사이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어 더 흥미롭다. 시계를 2017년으로 돌린다.

2016년 현역 은퇴를 선언하고 새 출발을 도모하고 있던 김남일이 공식적으로 코치 직함을 달고 지도자로 다시 태어난 첫 팀은 중국 슈퍼리그의 장쑤 쑤닝이었다. 그때 장쑤의 지휘봉을 최용수 감독이 잡고 있었다. 장쑤가 새 시즌을 앞두고 훈련 캠프를 차렸던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최용수 감독과 김남일 코치는, ‘상남자’들의 방식으로 서로를 칭찬했다.

최용수 감독은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잘해줄 것이라 생각하고 이미 잘하고 있다”고 덕담하며 “언제 어느 때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선수들보다 지도자가 더 많이 준비해야한다. 갈 길이 멀기 때문에 기본을 차근차근 다졌으면 한다. 천천히, 조급하지 않게 가야한다”고 당부했다. 그리고는 “김 코치에게는 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DNA가 있다”고 속삭였다.

당시 김남일 코치는 “처음 감독님 방에 들어갔을 때가 생각난다. 온통 축구와 관련된 자료들로 가득 찬 것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솔직히, 감독님이 그렇게 축구를 좋아하는지 몰랐다”고 고개를 흔든 뒤 “옆에 있어보니 느끼는 것이 많다. 끊임없이 주문하고 화두를 던져주신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최 감독님은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고 인상을 밝혔다.

그랬던 독수리와 진공청소기가 3년이 지난 2020년 5월 상암벌에서 겨룬다. 장쑤에서 헤어진 뒤 최용수 감독은 친정 FC서울로 돌아와 지난해 3위를 견인하는 등 여전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김남일 감독은 대표팀 코치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다녀왔고 전남드래곤즈 코치를 거쳐 사령탑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제 사상 처음으로 지도자 대결을 펼친다. 공개적으로 지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혀 기름을 붓고 있다.

김남일 성남 감독은 지난해 12월 취임기자회견에서 “특히 FC서울과의 만남이 기대된다. 최용수 감독님과는 중국에서 같이 생활한 적도 있다. 꼭 이기고 싶은 팀”이라고 후배의 패기를 던졌다.

그러자 최 감독은 28일 성남전 관련 미디어데이에서 “더 자극을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서울을 이기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지만 쉽게 양보할 수 없다. 지난 10년 동안 내가 겪은 경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며 피하지 않고 받아쳤다.

서로가 서로의 특별함에 박수를 보냈던 최용수 감독과 김남일 감독. 하지만 이제는 넘고 쓰러뜨려야할 경쟁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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