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KT 로하스가 소환한 전설의 스위치타자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5월 24일 18시 00분


코멘트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KT 로하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KT 로하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KT 위즈의 6-2 설욕으로 끝난 2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경기를 지배한 선수는 KT 외국인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였다. 스위치타자 로하스는 5회 오른쪽 타석에서 LG 선발 차우찬을 상대로, 7회 왼쪽 타석에서 송은범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터트렸다.

두 투수는 로하스가 홈런 타구를 날리는 순간 ‘어떻게 저렇게 쳤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방송 화면에 황당해하는 두 투수의 표정이 그대로 잡혔다. 로하스는 5회 타격 밸런스가 무너져 무릎을 구부린 자세로 펜스를 훌쩍 넘겼다. 7회에는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공을 밀어서 넘겼다.

로하스의 엄청난 힘과 기술에 KBO리그 시즌 최다홈런 기록 보유자인 이승엽 SBS해설위원도 혀를 내둘렀다. 24일 양 팀간 시즌 3차전을 앞두고 LG 류중일 감독 역시 “(로하스가) 잘 치데. 7회 홈런은 경상도식 표현으로 공이 잘 찍혔다”라며 깔끔하게 상대가 잘한 것을 인정했다.

로하스의 한 경기 좌우타석 연타석 홈런은 KBO리그 역대 3번째다. 그에 앞서 2008년과 2010년 LG 서동욱이 2차례 기록했다. 한 경기 양 타석 홈런은 통산 8번째 기록이다.

로하스의 엄청난 괴력 덕분에 기억 속에서 잠자던 스위치타자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서동욱은 물론이고, 토종 스위치타자로 가장 유명했던 박종호(당시 LG)와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아직도 기억하고 사랑하는 이름 펠릭스 호세 등이다.

호세는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한 경기 좌우타석 홈런을 만든 주인공이다. 1999년 5월 29일 전주 쌍방울 레이더스전 4회 유현승, 8회 오상민에게서 홈런을 빼앗았다. 토종 선수 1호는 2001년 롯데 최기문이다. 그해 스위치타자로 전향한 최기문은 5월 20일 SK 와이번스에서 좌완 이승호를 상대로 4회 시즌 첫 홈런을 신고한 데 이어 9회 우완 신승현에게서 또 홈런을 뽑아냈다.

박종호는 1993년 KBO리그 타자로는 처음으로 좌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5월 4일 태평양 돌핀스전에서 3회 우완 안병원에게서 홈런을 뽑아낸 뒤 6일 좌완 김홍집에게서 홈런을 쳐 좌우타석에서 홈런을 친 첫 번째 타자로 이름을 남겼다. 1992년 LG에 유격수로 입단한 박종호는 이광환 당시 감독의 판단에 따라 2루수로 전향한 뒤 방망이가 약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스위치타자가 됐다. 사실 김용달 타격코치의 제안에 마뜩치 않아했지만, 지도자의 말을 대놓고 거부할 시대는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집요하기로 유명한 김용달 코치와 함께 노력한 끝에 성공의 길을 열었다.

이밖에 원원근(태평양), 김평호(해태 타이거즈)도 스위치타자 변신을 꿈꿨지만, “한 쪽 타석에나 더 전념하라”는 코칭스태프의 만류로 뜻을 접었다. 류중일 감독은 “스위치타자가 감독의 입장에선 상대 투수에 따라 다양하게 쓸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넓혀주기에 좋지만, 선수에게는 쉽지 않을 것이다. 힘이 분산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23일 좌우타석에서 홈런을 친 로하스도 같은 생각이었다. “다른 타자보다 2배나 훈련을 더해야 하기에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스위치타자가 사라지는 추세다.

잠실|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