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지도자 동남아 진출 2막…박항서 이상 중요한 신태용의 길

  • 뉴스1
  • 입력 2019년 12월 27일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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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 News1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 News1
“가장 적극적으로 제안했고 나를 많이 존중해줬다. 나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겠으니 인도네시아 축구의 위상을 높여달라고 하더라. 그 제안에 마음이 열렸다.”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지난해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 다녀온 후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신태용 감독의 다음 도전이 시작됐다. 그가 새롭게 열정을 쏟아부을 곳은 인도네시아다.

차기 행선지에 대한 무성한 소문이 나돌던 신태용 감독이 결국 인도네시아 축구와 손을 잡는다. 신 감독은 26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인도네시아로 향했으며 28일 계약서에 사인하면서 공식적인 행보를 시작할 계획이다.

26일 오전 출국을 앞두고 뉴스1과 전화로 만난 신태용 감독은 “전체적인 세부 사항에 대한 조율은 이미 끝났다. 지금은 사인하러 가는 것”이라면서 “29일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세세한 절차를 마무리한 뒤 1월 4일이나 5일 정도에 다시 인도네시아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이로써 베트남의 축구영웅으로 발돋움한 박항서 감독에 이어 또 한 명의 한국 축구인이 동남아시아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형태도 유사하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A대표팀과 U-23대표팀을 동시에 이끄는 것처럼 신태용 감독도 연령별 대표팀까지 총괄한다. 범위가 더 넓어졌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14일 오전 U-23대표팀과 함께 김해국제 공항을 통해 입국해 베트남 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2019.12.14./뉴스1 © News1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14일 오전 U-23대표팀과 함께 김해국제 공항을 통해 입국해 베트남 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2019.12.14./뉴스1 © News1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A대표팀뿐만 아니라 U-23대표팀과 U-20대표팀도 맡는다”면서 “인도네시아가 자신들의 나라에서 FIFA U-20 월드컵을 개최(2021)하기에 그쪽에 관심이 많다. 20세 대회도 잘 부탁한다고 하더라”라며 귀띔했다. 사실상 총감독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신 감독은 언급한 3개 대표팀이 출전하는 메이저대회를 모두 경험한 흔치 않은 지도자다. 2016년 U-23 대표팀과 함께 리우 올림픽에 참가했고 2017년에는 한국에서 펼쳐진 FIFA U-20 월드컵을 경험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A대표팀과 러시아 월드컵 무대도 밟았다. 인도네시아가 신태용 감독의 가치를 높이 산 배경이기도 하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축구협회)회장단과 직접 미팅을 했는데 나에 대해 관심이 많더라. 적극적으로 제안했고 나를 많이 존중해줬다”면서 “그들의 제안과 지원 내용을 들으면서 뜨거워졌다. 내 몸 안에 있는 축구에 대한 열정과 축구에 대한 DNA를 표출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락 배경을 소개했다.

이제 신태용 감독은 향후 3년간, 결과물에 따라 추가로 2년 동안(옵션) 인도네시아 축구와 동행하게 된다. 한국에서 나름 승승장구하던 신 감독의 지도자 인생 2막이면서 동시에 한국 지도자의 동남아 축구시장 진출 2막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현재 동남아시아에서는 박항서 열풍이 거세다. 2017년 겨울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베트남으로 날아간 박 감독은 이후 스즈키컵 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AFC 아시안컵 8강, 동남아시안(SEA)게임 우승 등 베트남 축구사를 다시 쓰면서 그야말로 마법사 같은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그 덕분에 한국 축구의 이미지는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전체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자자하다. 단순한 1명의 축구 감독이 아니라 일당백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축구계로 앵글을 좁혀도 성과가 꽤 크다.

박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에서 함께 호흡하는 한국인 스태프만 이영진 수석코치를 비롯해 김한윤 코치, 최주영 의무트레이너 등 꽤 많다. 베트남 프로축구 호찌민시티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정해성 감독 등 파상되는 진출도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지도자 수요는 한정돼 있고 중국이나 일본으로의 진출은 점점 쉽지 않아진 상황에서 동남아시아 축구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소식이다.

박항서 감독이 개척자로서 길을 냈다면 그 길을 넓히는 임무가 신태용 감독에게 부여된 형국이다. 신 감독까지 성공 스토리를 써낼 수 있다면 현지에서 한국 축구인들을 바라보는 인상은 곱절로 좋아질 수 있다. 자신을 위해 또 이후 이어질 동료, 후배들의 진출을 위해서도 신 감독의 몫은 크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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