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조커’ 키움 이영준이 전한 ‘내추럴 커터’ 이야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0월 22일 14시 56분


코멘트
키움 이영준. 스포츠동아DB
키움 이영준. 스포츠동아DB
준플레이오프(준PO)와 PO를 순조롭게 통과하며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무대를 밟은 키움 히어로즈는 마치 신들린 듯한 불펜 운용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핵심 계투요원인 조상우~김상수~오주원을 필두로 계투진 전원을 승부처에 짧게 투입하는 전략이 PO까진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특히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계투요원을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활용한 과감한 기용이 돋보였다. 좌투수 이영준(28)도 그 과정에서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 인물이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2014시즌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전체 75번)에서 KT 위즈에 지명됐지만 방출의 아픔을 겪었던 과거는 잊은 지 오래다.

어렵사리 키움에 새 둥지를 틀었지만 애초 신분은 육성선수였다. 2017시즌에 처음 1군 무대를 밟고도 2018시즌 2경기 등판에 그치며 다시 잊혀지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 정규시즌 29경기에서 1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2.97(33.1이닝 11자책점)의 성적을 거두며 가능성을 보여준 뒤 처음 밟은 포스트시즌(PS) 무대에서 존재감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준PO와 PO를 거치며 4경기(2이닝)에서 안타를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으며 상대 좌타자를 확실히 틀어막았다. 당연히 두산 베어스와 KS 엔트리에도 합류했다. 현역 시절 리그 정상급 좌투수로 활약한 KBSN스포츠 봉중근 해설위원도 “이영준의 구위가 정말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영준의 무기는 빠른 공이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최고구속이 149㎞까지 나온다. 평균구속도 144㎞다. 포심패스트볼(포심) 그립을 잡고 던지는 빠른 공이 컷패스트볼(커터)성으로 살짝 휘는 궤적을 그려 타자들이 공략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이영준은 22일 “휘는 폭이 크진 않지만, 포심이 커터성으로 휘는 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컨트롤이 쉽지 않지만 큰 경기에선 그저 가운데를 보고 세게 던질 뿐”이라고 밝혔다.

“나는 잘했던 적이 없다.” 이영준의 사전에 ‘자만’은 없다.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뿐이다. “처음에는 컨트롤이 없었다”고 돌아보며 “구속이 오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더 힘이 난다. 정말 어떻게 구속이 올랐는지 기억나진 않는데, 같은 좌투수인 오주원 선배에게 심호흡하는 방법 등에 대한 조언을 듣고 확실히 자신감이 커졌다.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