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스리랑카전에 이어 15일 북한전으로 연결되는 벤투호의 10월 A매치 2연전의 초점은 아무래도 두 번째 경기에 맞춰졌다.
일단 스리랑카의 전력이 워낙 떨어지는 영향이 적잖다. 스리랑카는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 210개 국가 중 202위에 그치는 약체다. 선수들의 소속팀 정보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이니 팬들이 알 만한 이름은 전혀 없다.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던 매치업이다. 그에 비하면 북한전은 남과 북의 특수한 상황과 함께 여러모로 이슈가 될 경기다.
그냥 맞대결만 펼쳐져도 조명이 쏟아질 무대인데 심지어 ‘평양 원정’으로 펼쳐지게 됐으니 관심이 더 커졌다. 지금껏 남자축구 A대표팀 간 남북 대결이 북한에서 열렸던 것은 지난 1990년 9월11일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의 ‘남북 통일축구’가 유일하다. 29년 만의 재현이다. 그때는 친선경기였으나 이번에는 실전이니 더더욱 흥미롭다.
이런 배경과 함께 지난 7일 소집 때부터 스리랑카는 건너뛰고 ‘평양 원정’을 향해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그래서 더더욱 벤투 감독과 선수들은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하는 눈치다. 지금 대표팀이 준비하는 경기는 ‘평양 원정’이 아닌 ‘북한전’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0일 오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펼쳐진 스리랑카와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8-0으로 크게 이겼다. 김신욱이 4골, 손흥민이 2골을 터뜨렸고 황희찬과 권창훈이 각각 1골씩을 보태 압승을 완성했다.
지난달 투르크메니스탄 원정으로 펼쳐진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한 한국은 2승 승점 6점으로 H조 1위로 올라섰다. 다음 경기는 15일 오후 5시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펼쳐지는 북한과의 3차전이다. 북한은 1차전에서 레바논을 2-0으로, 2차전에서 스리랑카를 1-0으로 꺾고 역시 2연승을 달리고 있다. 조 1위 쟁탈전이라는 덤까지 얹혀 있는 경기다.
아무래도 신경 쓸 것이 많다. 감독과 선수는 물론 원정 경기를 함께 준비하는 대한축구협회의 스태프들도 모두 초행길이다. 여기에 북한이 비협조적이라 더 피곤하다. 북한으로의 선수단 이동 스케줄이 확정발표된 것도 10일 오후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북한행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일성경기장이 천연잔디가 아닌 인조잔디구장이라는 것도 달갑지 않다. 하지만 선수와 감독은 개의치 않고 있다. 아니, 일부러 더 신경을 쓰지 않으려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
손흥민은 “(평양원정에 대한 질문이 많은 걸 보니)다들 걱정이 많으신 것 같다(웃음). 이런 상황들은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빨리 받아들이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면서 “오로지 경기만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놀러가는 게 아니다. 대표선수는 경기만 생각한다”고 다부진 목소리를 전했다.
간판 스트라이커 황의조 역시 “(주변에서 특별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우리에게는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 “평양 원정이라는 것을 의식하기 보다는 반드시 승점 3점을 따내야하는 대상이라고 본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다 알고 있다”고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벤투 감독은 아예 잘라 말했다.
스리랑카전 후 평양 원정을 우려하는 질문이 나오자 벤투 감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동의한다. 어느 경기든 시작하기 전에 쉬운 경기는 없다. 그러나 무승부를 위해서 경기를 하진 않는다. 이기기 위해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굵은 목소리로 추가 의지를 덧붙였다.
벤투는 “일방적인 관중? 텅 빈 경기장에서 하는 것보다 낫다. 만약 북한 원정과 그 분위기를 두렵다고 느끼는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는 데려가지 않겠다. (25명 소집인원 중)24명이 가든 대체선수를 뽑든, 무서워하는 선수는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함을 더했다. 더 이상 구구절절은 필요 없어 보인다. 지금 벤투호는 평양 원정이 아닌 북한전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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