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 비율 24.6%’ 박병호, 투수들이 떨고 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4월 11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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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박병호. 스포츠동아DB
키움 박병호. 스포츠동아DB
좀처럼 제대로 승부가 들어오지 않는다. 앞뒤로 강타자들이 즐비하지만 차라리 볼넷으로 1루 무상 출루를 허용하는 것이 투수 입장에선 이득이다. 박병호(33·키움 히어로즈)를 상대하는 투수들이 떨고 있다.

박병호는 10일까지 14경기에서 타율 0.349, 3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언뜻 홈런 페이스가 더딘 감이 있지만, 박병호 스스로도 여름 몰아치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대수로운 부분은 아니다. 타율도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전 박병호가 보여줬던 모습 그대로다.

눈여겨볼 점은 출루율 0.525다. 단순히 계산해 두 타석 중 한 번 이상은 살아 나간 셈이다. 고정 4번에서 3번으로 타순을 상향 조정한 장정석 감독의 의중이 정확히 맞아들어갔다. 박병호의 앞뒤로 서건창, 김하성, 제리 샌즈 등 좋은 타자들이 버티고 있지만 그럼에도 박병호 상대로는 쉬운 승부를 펼치지 못한다.

면밀히 뜯어보면 위용은 더욱 뚜렷하다. 박병호는 61타석에서 15볼넷, 2사구, 1고의4구를 기록했다. 볼넷 비율은 24.6%에 달한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표본 안정화가 되진 않았지만 이 자체로도 엄청난 출루 머신 수준이다. KBO리그 단일 시즌 볼넷 비율 1위는 2001년 펠릭스 호세(롯데 자이언츠·25.5%)가 보유 중이다. 박병호는 그 바로 아래 2위다. KBO리그 역사에 손꼽힐 볼넷 생산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자연히 순출루율(출루율-타율)도 0.176으로 매우 높다. KBO리그 역대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매년 압도적인 장타율을 뽐냈던 박병호지만 출루율 5할은 멀게만 느껴졌다. 개인 출루율 커리어하이는 지난해 0.457이다. 이를 훌쩍 넘어서고 있으니 박병호의 타순을 올려 더 많은 타석에 서도록 조정한 장정석 감독의 복안이 적중하고 있다. KBO리그 역사상 출루율 5할은 2001년 호세만 넘어섰다. 40홈런-40도루 클럽에 가입했던 2015년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도 0.498로 아깝게 5할 고지 등정에 실패했다. 투수들은 장타 본능이 한껏 물오른 박병호와의 상대를 주저하고 있다. 박병호의 인내력이 버텨준다면 앞으로도 볼넷은 꾸준히 쌓일 전망이다.

10일 고척 KT 위즈전까지 13연속타석 출루로 KBO리그 타이기록에 도달한 박병호는 “확실히 견제가 많이 들어온다. 타자로서는 타격감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팽팽한 상황에서는 장타를 칠 수 있는 선수가 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를 너무 의식하진 않는다. 초구 스윙은 최대한 자제하고 공을 많이 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정석 감독 역시 “확실히 (박)병호가 공을 많이 보려고 한다. 그러면서 출루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팀에게는 분명 보탬이 된다”는 말로 박병호를 치켜세웠다.

13연속타석 출루로 KBO리그 타이기록을 세웠던 박병호는 11일 KT전에서 대기록에 도전했지만 첫 타석에서 3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삼켰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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