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준PO는 어떻게 ‘안우진 세상’이 됐을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0월 23일 2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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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가 맞붙는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렸다. 8회초 무사 넥센 안우진.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가 맞붙는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렸다. 8회초 무사 넥센 안우진.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경기 2승4패1홀드, 평균자책점 7.19.

넥센 히어로즈 1차지명 신인 안우진(19)의 2018 정규시즌 성적표다. 입단 당시부터 시속 150㎞대의 강속구를 거침없이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대를 키웠지만, 휘문고 재학 시절 불미스러운 일이 연루된 사실이 알려져 많은 비난을 받았다. 50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해제된 직후 1군 무대에 섰지만, 제구가 흔들리는 약점을 노출했다. 생각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은 이유도 그래서다.

그러나 “직구 구위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야구계의 평가에는 그 누구도 의문부호를 달 수 없었다. 직구 평균구속이 148.4㎞에 달했고,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도 강속구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문제는 ‘투 피치’ 위주의 단조로운 투구 패턴이었다. 선발투수로 긴 이닝을 버티기 위해선 직구와 슬라이더를 보완할 변화구가 필요했다. 단조로운 패턴 탓에 집중타를 얻어맞다 보니 자신감도 다소 떨어졌다. 스스로 구종 다양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장정석 넥센 감독도 “많이 맞아보면서 느낀 게 있다”고 했다.

안우진은 후반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변화를 시도했다. 커브와 체인지업의 구사 빈도를 점차 늘렸다. 특히 9월 14일 마산 NC 다이노스전에서 정범모를 상대로 직구~슬라이더~커브를 순서대로 던지며 3구 삼진을 솎아낸 장면은 안우진이 제3~4의 구종을 구사하는데 자신감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안우진의 직구, 슬라이더의 구사 비율은 각각 59.2%, 28.7%였고, 커브도 9.6%(체인지업 1.9%)까지 끌어올렸다. 한화 이글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 2경기(2·4차전)에서 9이닝 무실점(10삼진 1볼넷)의 압도적인 투구로 상대 타선을 잠재운 비결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번 무대에선 직구와 슬라이더의 두 가지 구종만 던져도 충분히 위력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는데, 한화 타자들 입장에선 커브와 체인지업을 머리에 넣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안우진은 이미 우위를 점하고 들어갔다. 노림수의 승리다. “각이 큰 커브를 자주 던지는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모습이 좋다.” 장 감독의 칭찬에는 이유가 있었다.

1~2차전을 모두 잡아낸 뒤 3차전 패배로 넥센의 분위기는 한풀 꺾였다. 자칫 23일 4차전을 내줬다면, 대전으로 이동해 치러야 하는 5차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팀이 1-2로 끌려가던 상황이라 ‘두번째 투수’ 안우진의 역할은 더 중요했다. 결과는 5.2이닝 5안타 1볼넷 5삼진 무실점. 팀의 5-2 승리를 지켜내며 2차전(3.1이닝 무실점)에 이어 또 한 번 준PO에서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맛봤고, 데일리 MVP까지 거머쥐었다. 2차전을 마친 뒤 “정규시즌과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고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던 그는 2018시즌 준PO를 ‘안우진 세상’으로 만들었다. 데뷔 첫 가을잔치에서 2게임만에 2승을 따낸 그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더 컸다.

고척|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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