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축구전설 티에리 앙리(41)는 FC바르셀로나(스페인) 시절, 창조적인 플레이로 득점했다. 동료들이 환호했고, 팬들은 열광했다. 이 순간 딱 한 사람만 딱딱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당시 바르셀로나를 이끈 펩 과르디올라(47) 감독이다.
득점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 그는 앙리를 교체했다. 통제권을 벗어났다는 판단에 주저하지 않았다. 이처럼 제 아무리 날고 기는 특급 스타들도 여지없다. 스웨덴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7)는 끊임없는 마찰 끝에 이적했고, 여전히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다.
반면 앙리는 과르디올라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는다. 사제의 연을 맺었을 땐 불화설이 자주 흘러나왔으나 지금은 절대적인 믿음을 숨기지 않는다. “내가 접한 최고의 감독이 과르디올라다. 항상 최고만을 원하고, 그런 길만 걸어왔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사령탑 부임 2년차를 맞은 2017~2018시즌도 최고 반열에 올랐다. 16일(한국시간)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웨스트브로미치에게 0-1로 져 남은 5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통산 5번째 우승(1936~1937·1967~1968·2011~2012· 2013~2014·2017~2018)을 확정했다. 2월 리그 컵 우승에 이은 2관왕이 된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단기간 우승 기록과 타이(맨유·2000~2001)를 이뤘다.
각종 지표에서 ‘우승의 자격’을 증명했다. 최다 18연승과 최다 홈 승(14승), 최다 원정 승(14승), 최다 득점(93골), 최소 실점(25골)을 찍었다. 과르디올라 감독 본인도 화려한 이력을 썼다. 2008년 바르셀로나에서 감독의 길에 입문한 그는 프리메라리가 우승 3회(2008~2009·2009~2010·2010~2011), 바이에른뮌헨(독일)을 분데스리가 우승 3회 (2013~2014·2014~2015·2015~2016)로 지휘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차례(2008~2009·2010~2011) 제패했으니 ‘우승 청부사’란 수식이 아깝지 않다.
당연히 과르디올라 감독의 리더십과 철학은 어느 순간 유럽축구의 끊임없는 연구대상이 됐다. 가장 잘 알려진 부분이 선수단 통솔. 강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철두철미한 규율을 강조하는 그가 향한 클럽마다 선수들은 비상이 걸린다. 통제된 자유, 막대한 벌금과 잦은 퇴출의 압박 탓이다.
훈련과 실전에서의 전술과 전략도 타이트하다. 볼을 소유하며 강한 공격과 압박으로 상대를 무너뜨린다. 공격수들이 수비수들보다 더 많은 파울을 할 정도로 과감해야 하며 전원이 빈틈없이 움직여야 하고 빠른 돌파로 주도권을 잡는 데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중앙수비수 없이 스리 백을 구축하고 미드필더를 풀백으로 배치하는 등 포지션을 파괴하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 바르셀로나에서 리오넬 메시(31·아르헨티나)를 공격수와 윙 포워드 경계에 세운 ‘제로(0) 톱’ 전략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혼란은 당연지사. 그래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시는 명쾌하다. 이해할 때까지 무한 반복학습. 아이러니한 건 그 자신은 창조적이면서 선수들은 철저히 통제시킨다는 점이다. 감독이 정한 테두리를 넘지 않고 플레이를 해야 확실한 패턴 축구가 진행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개성 강한 선수들을 통솔하고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내며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조금의 양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