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KBO에서 오타니는 등장 할 수 있을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11일 05시 30분


올해 24세인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일본에 이어 미국에서도 현대야구 관점에서 불가능한 도전으로 보였던 투수와 타자의 겸업에 도전하고 있다. 비판적인 시각이 컸던 미국 언론은 시즌 초 맹활약에 놀라워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올해 24세인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일본에 이어 미국에서도 현대야구 관점에서 불가능한 도전으로 보였던 투수와 타자의 겸업에 도전하고 있다. 비판적인 시각이 컸던 미국 언론은 시즌 초 맹활약에 놀라워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 감독은 다음과 같은 추억을 말했다. “고등학교(광주제일고) 1학년 때다. 무등구장에서 열린 광주상고(현 동성고)와 지역 예선이었는데 8회가 끝날 때까지 무실점으로 던졌다. 9회 대타가 나왔는데 같은 1학년이었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무등구장 담장 밖에 철문이 있었는데 거기를 바로 때리는 홈런을 쳤다. 지금도 철문을 야구공이 크게 때리는 ‘쾅’하는 소리가 기억난다. 그 타자는 그 이후 ‘레귤러 멤버’가 됐다. 바로 이순철이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의 시각은 어땠을까. “선동열이라는 투수는 고교 1학년 때부터 워낙 유명했고 대단했다. 다들 국보급 투수만 기억한다. 그러나 타석에서 얼마나 예쁘게 스윙을 하고 잘 쳤는지 타자 선동열의 모습이 생생하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 겸 타자에 도전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24·LA에인절스)에 대한 관심이 일본은 물론 미국과 야구 인기가 높은 세계 각국에서 뜨겁다.

그동안 현대 야구에서 프로리그 투·타 겸업은 불가능한 영역으로 보였다. 그러나 오타니가 모든 편견을 극복하며 일본프로야구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까지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선수, 감독이 아닌 기자로 미국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레너드 코페드는 “1910년대 전에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됐다면 베이브 루스가 통산 300승과 800홈런을 동시에 달성했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루스는 야구역사를 바꾼 홈런타자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 20승 이상을 올리는 좌완 강속구 투수로 먼저 각광을 받았다.

오타니 쇼헤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타니 쇼헤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타니를 바라보는 미국 언론의 시각은 시범경기 때만해도 냉소적이었지만 정규시즌 들어 투수로 2연승을 기록하고 타자로 3경기 연속 홈런을 동시에 때리자 “지구인이 아니다’라는 극찬까지 쏟아질 정도로 180도 변했다. 명맥이 끊겼고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투수와 타자와 겸업을 일본프로야구 출신이 도전하며 시즌 초반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KBO리그에는 오타니 같은 투·타 겸업이 등장할 수 있을까. 노춘섭 KT 스카우트 팀장은 신인지명 2라 1라운드 1순위 지명된 강백호의 고교시절에 대해 “투수로도 경쟁력이 매우 뛰어나다. 오승환처럼 묵직한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스타일이다. 포수지만 포지션을 바꿔 타격에만 전념한다고 해도 슈퍼스타로 성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백호는 올 시즌 타자로만 기용될 전망이다. 빼어난 장타력으로 열아홉 신인으로 스타팅 멤버가 됐다. 오타니에 대해 미국 구단의 시각은 여전히 ‘투수는 A급, 타자는 물음표’가 주류다. 그러나 투·타 겸업에 대한 상품성이 워낙 높아 상업성이라는 든든한, 절대적인 지원이 뒤에 있다.

서울고 시절 투·타 겸엽했던 강백호. 스포츠동아DB
서울고 시절 투·타 겸엽했던 강백호. 스포츠동아DB

고교시절 특급 투수이자 강타자였던 김시진 KBO 경기 운영위원은 “피칭과 투구는 다르다. 투수는 워낙 부상 위험이 높다. 특히 프로에는 최고의 타자와 투수가 모두 모여 있다. 양쪽 다 프로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실력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다”고 말했다. 투수와 타자를 겸하며 빼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다면 팀으로서는 최고의 전력이 될 수 있지만 꾸준함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리그 최고의 투수와 타자 대부분은 다른 쪽 재능도 뛰어나다. 이승엽 KBO홍보위원은 고교시절 청소년대표 에이스이자 4번 타자였다. 프로 입단 후 팔꿈치 통증으로 타자에만 전념했다. SK 김광현도 고교시절 강타자였지만 투수 쪽 재능이 워낙 뛰어났다.

한 프로 타격 코치는 “야구는 투수전력에 대한 갈증이 항상 심하다. 반면 야수 자원은 투수에 비해 넉넉하다. 선수자원이 부족한 KBO리그에서 투·타 겸업이 어려운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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