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7개 종목 중 6개 독식…네덜란드 빙상 강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9일 00시 12분


코멘트
‘빙상 강국’ 네덜란드의 질주가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17일까지 진행된 스피드스케이팅 7개 종목 중 6개 금메달을 독식했을 정도다. 은메달과 동메달까지 포함하면 전체 21개 메달 중 11개 메달을 차지했다.

특히 네덜란드가 놓친 남자 1만m의 금메달리스트 테드 블로먼은 2014년 캐나다로 귀화한 네덜란드 출신 선수다. 사실상 네덜란드 출신이 전 종목을 석권하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 여자 선수들의 선전도 주목받고 있다. 여자 3000m에선 네덜란드 선수가 금은동을 휩쓸었다. 여자 1000m에선 네덜란드 요린 테르모르스가 금메달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던 세계기록(1분12초09) 보유자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를 제치고 우승했다.

네덜란드빙상연맹(KNSB) 야리 코프스 기술위원장은 개막 전 “이상화와 일본 고다이라 나오가 출전하는 종목을 제외한 전 종목의 금메달을 노리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뛰어넘는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4년 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도 스피드스케이팅에 걸린 금메달 12개 중 8개를 휩쓸었다. 당시 네덜란드는 다른 종목에선 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스피드스케이팅에서만 메달 24개를 휩쓸었다. 역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온 금메달 중 약 20%(35개)가 네덜란드 차지였다.

네덜란드의 저력은 자연환경으로부터 나온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25%가 해수면보다 낮아 운화와 수로가 발달했고, 자연스럽게 빙상위에서 즐기는 스케이팅이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나무판에 금속 날을 장착한 스케이트가 처음 등장한 것도 14세기 네덜란드로 알려졌다. 동네마다 잔디구장에 물을 뿌려 조성한 빙상장은 수백 개에 이르고, 스케이팅 키즈 클럽은 8000개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400m 트랙을 갖춘 빙상경기장이 17개나 있다. 인구 100만 명당 한 개의 링크를 갖춘 셈이다. 400m 트랙을 갖춘 빙상 경기장이 서울 태릉과 강릉 두 곳 뿐인 한국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네덜란드 빙상 관계자는 “네덜란드에서 이상화 이승훈 등 한국 빙
상 스타의 인지도는 한국에서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 만큼이나 높다”고 전했다.

천혜의 자연환경 덕에 네덜란드의 스케이팅 등록 선수는 1만 명이 넘는다. 연간 1500회의 각종 스케이팅 경기가 열린다. KNSB 지도자 자격증이 있는 코치도 1250여 명에 이른다.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를 합쳐 등록 선수가 1700여 명 정도다.

두터운 선수층과 치열한 내부 경쟁은 세계 최고의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네달란드 국가대표가 되기가 올림픽 메달을 따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마치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발 과정처럼. 일례로 2014 소치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미헐 뮐더르는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유근형기자noel@donga.com
강릉=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