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첫 등판 위해서”, 장발에 담긴 SK 김광현의 의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5일 05시 30분


SK 김광현(왼쪽)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주최 유소년클리닉 ‘2017 빛을 나누는 날’ 행사에 장발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광현은 재활 후 내년 시즌 첫 등판을 마칠 때까지 긴 머리를 고수할 생각이다. 인천 | 김진환 기자 kwangshin@donga.com
SK 김광현(왼쪽)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주최 유소년클리닉 ‘2017 빛을 나누는 날’ 행사에 장발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광현은 재활 후 내년 시즌 첫 등판을 마칠 때까지 긴 머리를 고수할 생각이다. 인천 | 김진환 기자 kwangshin@donga.com
머리카락은 선수의 의지를 표현하기 가장 좋은 수단 중 하나다. 갑작스럽게 짧아진 머리카락은 단호함을 뜻한다. 팬들은 정규시즌 중 연패에 빠진 팀 선수들이 삭발 투혼을 보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머리를 기르는 선수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장발을 고집하는 선수가 받는 주목도가 매우 크다.

SK 김광현(29)은 마무리캠프를 마친 뒤 귀국한 인천국제공항 현장에서 수많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단순히 ‘에이스’의 귀국 때문만은 아니었다. 귀 밑까지 내려오는 장발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시즌 중 항상 짧은 머리를 고수한 그이기에 갑작스러운 긴 머리는 너무나 낯선 모습이었다.

귀국 이후에도 장발 고집은 계속됐다.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프로야구선수협회 주최 유소년클리닉 ‘2017 빛을 나누는 날’ 현장에는 여전히 ‘장발’의 김광현이 서 있었다.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어린 유망주들을 지도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SK 김광현이 4일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사)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개최한 프로야구 현역 선수와 유소년 학생들이 함께하는 야구클리닉 ‘빛을 나누는 날‘ 행사에서 공에 맞아 울고 있는 유소년 선수를 달래주고 있다. 인천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SK 김광현이 4일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사)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개최한 프로야구 현역 선수와 유소년 학생들이 함께하는 야구클리닉 ‘빛을 나누는 날‘ 행사에서 공에 맞아 울고 있는 유소년 선수를 달래주고 있다. 인천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김광현은 “머리카락은 계속 기를 생각이다. 첫 등판 이후 자를 계획인데, 계산해보니 아직 4개월 정도 남았더라”고 말했다. 이미 복귀 등판을 머리 속에 염두해두고 있는 눈치였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이후 1년에 가까운 공백기간. 이제 복귀 날짜를 계산하는 것이라면 지긋지긋할 정도다.

몸 상태와 관련해 그는 “80~90% 정도까지 올라왔다. 팬들께서 걱정해주시는 만큼 나도 조심스럽게 재활에 임하고 있다. 하루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서고 싶다”고 했다. 장발과 관련해서는 여러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혹 재활과 관련된 징크스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특별히 의미를 두지 않고 기르기 시작했다. 다만 첫 등판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기르는 게 이제 일상이 됐다”고 답했다.

의지는 강력했으나 덕분에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여럿 생겼다. 함께 행사에 참여한 팀 동료 김강민은 김광현을 향해 “야! 장첸(영화 ‘범죄도시’ 속 인물) 빨리 빨리 안 올래?”라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광현은 “(김)강민이 형이 너무 잔인한 별명을 붙여준 것 같다(웃음)”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름의 고충도 함께 고백했다. 그는 “여성분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겠다. 매일 매일 머리카락을 말리는 게 일이다. 앞머리도 눈을 찔러 꽤나 신경 쓰이는 게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첫 등판을 위한 ‘의지의 여정’이 여간 쉽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인천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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