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녀아이스하키, ‘우생순’은 지금부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7일 05시 30분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경기 장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경기 장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한국 동계스포츠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남녀아이스하키가 삿포로에서 함께 웃었다. 나란히 역대 최고성적을 써낸 대표팀은 이제 평창에서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신화’의 마침표를 찍는 일만 남겨놓게 됐다.

남자대표팀은 26일 막을 내린 2017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대회 사상 첫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은 26일 중국과 최종전에서 10-0(2-0 4-0 4-0) 대승을 거두고 2승1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카자흐스탄과 첫 경기(0-4)를 패해 메달 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이후 일본(4-1)과 중국을 내리 꺾으며 카자흐스탄(3승)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애초 바라던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시상대에 오른 선수단의 얼굴은 금빛 못지않았다. 역대 최고성적이기 때문. 대표팀은 그간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매번 동메달(1986년, 1990년, 2007년, 2011년)에 만족해야했다. 우리보다 한 발 앞선 카자흐스탄과 일본, 중국의 벽에 늘 가로막혔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준비부터 남달랐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우승 트로피를 2번이나 들어올린 백지선(50)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 대표팀에 대대적인 손질이 가해졌다. 우선 6명에 이르는 외국인선수들의 귀화를 받아들여 진용을 강화했다. 여기에 백 감독의 노하우가 담긴 전략전술은 대표팀의 내실을 한 층 두텁게 했다. NHL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박용수(41) 코치도 힘을 보탰다. 풍부한 경험을 지닌 코칭스태프의 지휘 아래 3년 만에 급성장했고, 이번 대회 은메달로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새러 머레이(28·미국)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의 성장도 눈부셨다. 과거 4차례 동계아시안게임에서 15전 15패를 기록했던 대표팀은 태국을 상대로 18일 태국전에서 20-0 대승을 거두고 감격의 첫 승을 올렸다. 제대로 된 실업팀 하나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23일엔 중국을 상대로 슛아웃(승부치기)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대표팀은 1999년부터 상대전적 7전7패에 머물던 중국을 꺾은 뒤 회한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대회 최종성적은 4위(3승2패). 비록 사상 첫 메달 획득엔 실패했지만, 국제무대에서 승리를 경험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결과였다.

삿포로에서 나란히 희망을 쏘아올린 한국아이스하키는 휴식과 훈련을 병행한 뒤 4월 세계선수권에 나선다. 남자대표팀은 4월초 우크라이나에서 헝가리,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과 일전을 치른다. 여자대표팀 역시 4월초 강릉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나선다. 남자대표팀 백지선 감독은 26일 대회를 마친 뒤 “이제 4월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준비해야한다. 우리로선 어려운 도전이 되겠지만 국제무대에 계속 나서야 발전할 수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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