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1부리그) 미디어데이’에서 가장 눈길을 끈 순서는 선수들의 인터뷰였다. 마이크를 잡은 선수들은 그 동안 감춰왔던 거침없는 입담을 늘어놓았다. 상주 상무의 신진호(27)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도혁(25)이 ‘화끈한 입담’으로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신진호는 12개 팀 공통질문인 ‘감독님이 가끔은 미울 때가 있나’에 유일하게 ‘○’를 들었다. 소속팀 감독을 이른바 ‘디스’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신진호는 “오늘이 2박3일 휴가 중 마지막 날이다. 오전 7시50분에 기상해 일찍 나왔다. 그런데 감독님이 신경을 써주시지 않는 것 같았다. 불만을 어필하는 차원에서 ○를 들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팀 내에서 외모순위 3위 안에 든다’라는 질문에도 ‘○’를 꺼내 보였다. “포항시절에도 F4(판타스틱4)를 구성했는데 최근 상주에서도 F4를 확정했다”라고 얘기했다. 사회자가 ‘그럼 F4에서 구준표 역할은 누구냐’라고 되물으니 신진호는 “예?”라고 구준표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반응이었다. ‘F4’는 몇 년 전 크게 히트했던 드라마에서 잘 생기고, 집안이 좋은 4명의 남자를 이르는 말이었는데 신진호는 잘 모르는 듯 했다. 그런 뒤 신진호는 “제가 K리그 전체 선수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는 드는 것 같다”라고 자신의 외모를 거듭 강조했다. 신진호는 또한 시즌 개막전 상대인 승격팀 강원FC의 정조국을 향해 “다시 내려가!”라는 짧은 말로 강력한 선전포고를 날렸다.
인천 김도혁도 신진호 못지않았다. 그는 인천 팬들에게 “지난해 관중이 난입해서 팀이 조건부 무관중 경기 징계를 받았다. 한 번 더 그런 일이 벌어지면 무관중 경기를 해야 한다. 이번 시즌에는 참아주셨으면 좋겠다. 대신 팀이 목표로 한 결과를 얻으면 시즌 말미에는 선수들이 관중석으로 난입하겠다”라고 흥미로운 공약을 걸었다. 그는 미디어데이 행사 직전에 열린 패션쇼에서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같이 한 모델분이 너무 적극적이셔서…”라고 말하며 얼굴을 붉혀 좌중을 웃겼다. 또한 정조국이 지난해 광주FC에서 후배들에게 식사대접을 많이 했다는 얘기를 들은 김도혁은 올 시즌 득점왕 예상에서 정조국을 꼽으며 “득점왕을 하시면 우리 팀에도 지갑을 좀 여시지 않을까 싶다”라고 대답했다. 옆에 앉아 있던 정조국은 박장대소하며 김도혁과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K리그 클래식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은 정조국은 선수들을 대표해 “경기장에 많은 팬들이 오셔 응원하고 격려해 주시는 게 선수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라며 “올해도 선수들이 멋진 골과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 K리그 경기장에서 만나겠다”고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