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한국 에어리얼, ‘전원 올림픽行’ 보이네

스키 에어리얼 대표 월드컵서 깜짝 성적
꼴찌후보 김남진 안정된 착지로 24위… 포인트 0.7점 더하면 男2명 자력진출
여자부선 김경은이 20위로 확정

역사상 첫 번째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에어리얼 대표팀 선수들. 왼쪽부터 윤기찬, 김경은, 김남진. 10일 평창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김경은은 여자 선수 25명 중 20위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자력 진출을 확정했다. 김남진이 남자부 24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남자대표팀 2명도 평창행 티켓을 눈앞에 두게됐다. 평창=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하늘에서 다섯 바퀴는 기본으로 도는 에어리얼 세계랭킹 1위 치광푸(27·중국)가 나선 월드컵 무대에서 김남진(21·한국체대)이 내세울 수 있는 기술이라고는 ‘백 레이 풀’(뒤로 두 바퀴 돌며 비틀기)뿐이었다. 앞선 선수들이 시도한 어떠한 기술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기본 기술. 지난해 7월에야 겨우 국제무대에 데뷔하며 이제 갓 걸음마를 뗀 김남진은 단연 명함도 못 내밀 ‘꼴찌 후보’였다.

‘내가 기술로 이길 수 있는 선수는 없다. 할 수 있는 기술만 실수 없이 해 받을 수 있는 점수는 다 챙기자.’ 자신 있게 도약하고 차분히 회전한 뒤 두 발로 착지한 결과, 전광판에 뜬 숫자는 24위였다. 월드컵 30위까지 얻을 수 있는 올림픽 자력 출전권이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이었다.

10일 평창 휘닉스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 에어리얼 월드컵에 나선 김남진은 부족한 기술에도 불구하고 공중 동작에서 모두 4점대를 받는 안정적 경기로 합계 72.21점으로 24위에 오르며 ‘한국 에어리얼 대표팀 전원 올림픽 진출’의 희망을 키웠다.

이날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지난해 6월 기계체조에서 전향한 한국 유일의 여자 에어리얼 대표선수 김경은(19)이 참가 선수 25명 중 20위에 오르며 올림픽 자력 진출을 확정했다. 여자 에어리얼의 경우 선수층이 얇았기에 ‘월드컵 30위 내 입상 기록과 FIS 포인트 80점 이상’의 조건을 만족시키기 한층 수월했다.

반면 월드컵 30위가 보장되지 않았던 남자부에서 김남진이 24위에 오르며 한국은 남자 에어리얼 올림픽 티켓 2장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현재 김남진의 FIS 포인트는 79.30점. 월드컵 30위 내 성적을 얻은 김남진은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포인트를 0.7점만 올리면 본인의 올림픽 출전권에 국가 출전권 한 장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모술스키에서 전향한 지 이제 1년이 갓 지난 윤기찬(23·한국체대)은 아직 싱글 점프대에서 기초 기술밖에 시도하지 못해 최하위인 31위(36.11점)에 머물렀지만 그 역시 올림픽 출전의 희망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김경은에 이어 남자 대표팀 2명의 출전이 확정되면 한국은 남녀 대표팀 3명 전원이 올림픽에 나서게 된다.

피니시 라인에 서서 오빠들의 경기를 지켜본 김경은은 남자부 경기가 끝나자 김남진과 윤기찬에게 장미꽃을 한 송이씩 안기며 성공적인 월드컵 데뷔전을 자축했다. 경기 후 김남진은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해요(웃음). 어차피 제가 기술로 이길 선수는 없으니 내 기술만 더 완성도 있게 하자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도약 느낌이 좋아서 착지까지 잘했던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롤 모델은 세계랭킹 1위이자 중국에서 훈련하며 친해진 선배이기도 한 치광푸다. “같은 선수지만 정말 점프하는 것 보면 감격스러워요. 저도 여름에 점프를 더 연습해 올림픽에서 4회전까지는 기술을 선보이고 싶어요.”

평창=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