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은퇴 그림 “눈물나겠지만 웃으면서 이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13일 05시 30분


삼성 이승엽은 내년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기로 공언한 상태다. 12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6 휘슬러코리아 일구상 시상식’에서 일구대상을 받은 이승엽은 “은퇴식만큼은 화려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이승엽은 내년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기로 공언한 상태다. 12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6 휘슬러코리아 일구상 시상식’에서 일구대상을 받은 이승엽은 “은퇴식만큼은 화려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베테랑과 이별하는 방법. 요즘 KBO리그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다. 그 베테랑이 한 팀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라면 더욱 화제가 된다. 그런 점에 비춰보면 ‘라이온 킹’ 이승엽(40·삼성)의 ‘예고 은퇴’는 파격적이고 신선하기까지 하다. 본인도 “은퇴 번복은 없다”고 확실히 못 박았다.

이승엽은 2015시즌이 끝난 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삼성과 2년 총액 36억원에 계약한 뒤 “2017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올 시즌에는 142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3(542타수164안타), 27홈런, 118타점의 성적을 거두며 건재를 과시한 터라 팬들은 내심 이승엽의 현역 연장을 기대했지만, 주인공의 생각은 확고했다. 12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6 휘슬러코리아 일구상 시상식’에서 현역 선수로는 최초로 일구대상을 수상한 이승엽은 시상식 직후 “FA 계약 당시 2년간 뛰고 은퇴한다고 했는데, 번복할 수 없다. 좋은 모습으로 떠나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삼성 이승엽이 12일 서울 리베라호텔 3층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2016 일구상’ 시상식에 참석해 일구대상 수상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이승엽이 12일 서울 리베라호텔 3층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2016 일구상’ 시상식에 참석해 일구대상 수상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평생 선수로 남고 싶지만…”

이승엽은 홈런 타자치고는 평범한 체격(183㎝·87㎏)이다. 그럼에도 22년간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NPB)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홈런타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타고난 손목 힘과 배트스피드에 성실함이 더해져서다. 누구보다 솔선수범하는 그의 모습은 후배들의 귀감이 되기 충분하다.

그럼에도 은퇴를 번복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이승엽은 “언젠가는 기량이 떨어질 것이다”며 “자신은 있지만, 마음먹은 대로 안 될 때도 대비해야 한다. 좋은 모습으로 떠나면서 먼 훗날에 ‘이승엽이 야구를 잘했구나’라는 이미지를 팬들에게 심어드리고 싶다. 어린 선수들이 올라오는 계기도 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시즌이 끝난 뒤가 내가 떠날 시기다. 물론 아쉽다. 평생 선수로 뛰고 싶지만, 그렇게는 안 되니까”라고 덧붙였다.

삼성 이승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이승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이승엽이 그리는 은퇴식 그림

이승엽의 2017시즌 목표는 명확했다. “개인적인 목표는 전혀 없다. 당연히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지만, 항상 팀 승리를 위해 뛸 것이다”고 했다. 내년 시즌 개막전 1루수를 목표로 1루수 경쟁에 나서겠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후회 없이 뛰고 그라운드를 떠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최형우(KIA)를 비롯해 주축 선수들이 이탈하자 주변에서는 삼성에 대해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는 “팀 전력이 약화되긴 하겠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부정적인 얘기를 하고 싶진 않다. 내 역할이 올해 80%였다면, 내년에는 85~90%가 될 것이다. 퍼포먼스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1루수로 준비 잘해서 많이 뛰고 싶다”고 밝혔다.

KBO리그에선 이승엽처럼 은퇴시기를 미리 정하는 선수가 드물다. 현역 연장과 은퇴의 기로에서 아쉬움을 안고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스로 “이승엽은 그렇게 은퇴하지 말자”고 약속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은퇴식에서 어떤 그림이 나올까’라는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변했다. “최고의 은퇴식이 됐으면 좋겠다. 그날만큼은 화려하게 하고 싶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은퇴까지) 1년 남았으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팬들과 웃으며 이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원정경기에선 지역에 관계없이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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