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터뷰] 박병호 “아쉬웠다, 그래서 더 절실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9일 05시 30분


박병호(미네소타)가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통해 메이저리그 첫해 소감과 함께 내년 각오를 함께 전했다. 6일 열린 2016동아스포츠대상에 시상자로 참석한 박병호는 부상과 부진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박병호(미네소타)가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통해 메이저리그 첫해 소감과 함께 내년 각오를 함께 전했다. 6일 열린 2016동아스포츠대상에 시상자로 참석한 박병호는 부상과 부진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아쉽죠.”

메이저리그 데뷔시즌을 마친 박병호(30·미네소타)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한 말은 “아쉽다”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포스팅시스템(공개입찰)을 통해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었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다. 시작은 좋았다. 응찰액 1285만 달러, 4년 연봉 1200만 달러(5년 최대 1800만 달러)의 만족할만한 계약이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홈런왕의 메이저리그 데뷔에 그만큼 기대가 컸다. 그도 시즌 초반 홈런을 펑펑 쏘아 올리며 KBO리그 출신 거포의 위용을 한껏 자랑했다.

박병호가 개막부터 두 달간 43경기에서 터트린 홈런은 무려 11개였다. 타율은 높지 않았지만 4월 한 달간 장타율이 0.561에 달할 정도로 남다른 파워를 뽐냈다. 그러나 6월부터 극심한 슬럼프가 찾아왔다. 부진한 상황 속에서도 홈런을 3개 추가했지만 타율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 결국 62경기에서 타율 0.191, 12홈런, 24타점을 기록한 채 7월 2일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박병호는 마이너리그에 내려가서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렸다. 과정은 순조로웠다. 미네소타 산하 트리플A 로체스터 레드윙스 소속으로 31경기에 출전해 10홈런, 19타점을 올렸다. 7월 29일 보스턴 산하 포터킷 레드삭스와의 원정경기에서는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빅리그 복귀 초읽기에 돌입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손목 통증이 재발하면서 8월 25일 오른손 중지 수술을 받았다. 그렇게 시즌을 마감했다.

박병호는 9월 28일 귀국한 뒤 재활에만 몰두했다. 아쉬웠던 만큼 더 절실하게 훈련에 매달리고 있다. 6일 열린 ‘2016 동아스포츠대상’을 통해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1년”이라며 “부족했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랬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깨달았다. 환경 적응은 끝났으니 이제부터 야구에만 집중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미네소타 박병호.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미네소타 박병호.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아쉬웠던 시즌…타격폼 바꾼다

-공식석상에 오랜만에 등장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훈련하면서 조용히 지냈다. 인터뷰도 귀국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아쉬운 마음이 커서 재활하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이번 달부터는 티 배팅 등 타격훈련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수술 부위는 어떤지 궁금하다.

“(오른손을 쥐었다 펴 보이며) 완벽하게 나았다. 이제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부상이 아쉬웠겠다. 수술로 인해 시즌을 마감했다.

“부상보다 고비가 왔을 때 빨리 넘기지 못했다는 게 많이 아쉽다. 시즌에 돌입하기 전에 한 번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지는 폭이 컸다. 마이너리그에 내려갔을 때도 다시 (빅리그로) 올라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는데 부상이 찾아왔다. 여러 가지로 아쉬웠던 시즌이었다.”

-아쉽다는 말을 계속 한다.

“마무리를 잘 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웠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신경을 쓰면서 정작 야구에는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메이저리그 첫 해였다. 적응하는데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

“모든 것이 생소했다. 야구는 똑같다고 하지만 문화, 환경, 언어도 달랐고…. 메이저리그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는데 생소하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다.”

-투수들의 공도 달랐을 것 같다. TV중계로 보는 것과 타석에서 상대하는 것은 또 다른 얘기 아닌가.

“뛰어난 투수들이 많았다. 구속 자체가 다르더라. 직구도 빠르지만 변화구도 빠르다. 변화구가 빨리 들어오니까 조금만 타이밍이 늦어도 정타가 나오지 않았다. 시속 155㎞ 이하는 포심(패스트볼)이 없었다. 대부분 투심(패스트볼), 싱커(싱킹패스트볼), 커터(컷패스트볼)였다. 물론 내가 부족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공도 잘 칠 수 있는 타자들이 많으니까…. 그래도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시즌 초반에는 그 대단한 투수들을 상대로 홈런을 많이 때려냈다. (실제 박병호는 타격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던 6월 19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마이클 피네다의 96마일 직구를 밀어 쳐 홈런으로 연결시킨 적이 있다.)

“홈런이 나왔지만 그렇기 때문에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다. 미국무대에서도 타구 비거리나 파워는 문제가 없었지만 타율 부분에서 너무 약했다. 앞으로는 정확하게 공을 맞추는데 집중하려고 한다. 그 준비도 하고 있다”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타격폼을 좀더 간결하게 수정하고 있다. 95마일 이상 되는 공에 약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빠른 공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폼을 간결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체뿐 아니라 하체도 바꾸고 있다.”

미네소타 박병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미네소타 박병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ML의 달라진 위상? 아직 갈 길 멀다

-김현수도 빅리그 데뷔 첫 해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끝이 좋았다.

“(김)현수는 정말 잘했다. 위기를 잘 이겨내더라. 나도 그 폭을 줄였어야하는데 그걸 못 했다.”

-박병호도 올해가 끝이 아닌 시작이다.

“그렇다. 이제 계약 첫 해를 보냈을 뿐이다. 올해를 시작하면서도 1년은 적응기간이라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 개인 성적이 좋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안 좋았어도 받아들이고,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네소타 지역지에서 박병호를 2017시즌이 기대되는 지명타자라고 보도했다.

“기대해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그보다는 실력으로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한국 야구팬들도 기대를 했다가 실망도 많이 하셨다는 것도 안다. 내년에는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미네소타 경기가 TV중계에 많이 나올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

-힘든 시즌이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함께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을 만났을 때는 기분이 좋았을 것 같다.

“당연하다. 만나면 정말 반가웠다. (덕아웃이 달라) 멀리 떨어져있지만 함께 경기를 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뿌듯했다. 큰 힘이 됐다.”

-메이저리그와 KBO리그가 다르다고 느낀 점은 뭔가?

“메이저리그는 선수들에 대한 예우가 좋다. 특히 프랜차이즈 스타들에 대한 마케팅이 엄청나다. 그런 부분들은 부럽다고 생각했다.”

-KBO리그 출신 타자들이 메이저리그로 많이 진출해 예전보다는 한국야구를 보는 눈이 달라졌을 것 같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30홈런을 때려낸 타자는 지금까지 없지 않나. 갈 길은 멀다고 느꼈다. 앞으로도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면 좋겠다. 잘 안 되더라도 도전을 해보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뛰는 게 더 중요하다.”

-이제 두 번째 시즌을 맞는다. 목표를 세운 게 있다면.

“한국에서도 기록적인 목표는 항상 세우지 않았다. 내년에는 부상 없이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되는 게 목표다. 부족했던 상대팀, 강한 투수들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생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적응은 이미 끝났으니 앞으로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네소타 박병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미네소타 박병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박병호

▲생년월일=1986년 7월 10일
▲출신교=영일초~영남중~성남고
▲키·몸무게=185.4㎝·101㎏(우투우타)
▲프로 입단=2005년 LG 입단(2005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
▲입단 계약금=3억3000만원
▲프로 경력=LG(2005~2010)~넥센(2011~2015)~미네소타(2016~)
▲2016시즌 성적=62경기 타율 0.191(215타수 41안타), 12홈런, 28득점, 24타점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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