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터’ 하면 이정현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일 16시 50분


"국내 득점 1위라는 타이틀이 솔직히 욕심은 나죠. 그래도 신경 쓰지 않으려고요. 지난 시즌 그걸 의식하다보니 슛이 안 들어갔어요."

프로농구 KGC 이정현(29)은 토종 슈터의 자존심이다. 1일 현재 평균 21.3득점으로 전체 득점 7위인 그는 득점 톱10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국내 선수다. 3점 슛은 평균 4.0개로 전체 1위이고, 가로채기와 도움도 톱10에 포함돼 있는 등 공수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의 활약을 앞세운 KGC는 3승 1패로 순항하고 있다.

2010~2011시즌 데뷔한 이정현은 지난 시즌 한 경기 20득점 이상만 11차례 기록하며 한때 국내 득점 1위를 달렸다. 2009~2010시즌부터 한 차례만 빼고 국내 득점왕을 놓치지 않은 삼성 문태영과 2013~2014시즌 국내 1위를 한 kt 조성민보다 득점 순위가 높았다. 결국은 시즌 후반 득점이 크게 줄면서 평균 13.6점으로 문태영(15.7점·전체 11위)에 이어 국내 2위(전체 18위)를 했다. 아직 초반이지만 이번 시즌 문태영은 평균 13.3득점(전체 21위), 조성민은 9.8득점(34위)으로 이정현과 차이가 크다.

"지난 시즌 주위에서 잘 한다고 하니 자만심이 생긴 것 같아요. 훈련은 안일하게 해 놓곤 실전에서는 마음만 앞서 흥분을 하고…. 저 때문에 경기를 망친 적도 꽤 있어요."

이정현이 흥분을 잘 한다는 것에 대해 KGC 김승기 감독도 동의했다. 그는 "혼자 해결하려다 무리한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통하지 않으면 만회하려는 생각에 더 흥분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데다 모비스 양동근 만큼 체력도 좋은 선수다. 지난 시즌 상대 팀의 집중 견제를 겪으면서 한층 노련해졌기 때문에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에는 이정현의 임무가 더 늘었다. 주득점원인 센터 오세근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다 포인트 가드였던 박찬희가 전자랜드로 떠나 득점은 물론 경기 조율도 어느 정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가 감히 포인트 가드를 할 능력은 안 돼요. 슈팅 가드를 하면서 중계 역할을 하는 정도죠. 임무가 늘어 힘들지만 믿고 맡겨 주신 거니 열심히 해야죠. 2011~2012시즌 KGC가 우승했을 때 저는 조역이었어요. 이제는 주역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슈터' 하면 팬들이 제 이름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꿈이고요. 그러려면 흥분하는 것부터 고쳐야 되겠죠?"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