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PS)과 같은 단기전에는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단기전을 집중력과 디테일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기치 못한 실책과 주루사 등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를 보완할 수단이 확실한 믿을 구석, 즉 ‘상수’다. 이 상수가 무너지면 팀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올해 한국시리즈(KS)에서 맞붙은 두산과 NC의 희비가 엇갈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믿을 구석이 통한 두산은 3연승에 성공했고, 무너진 NC는 3연패를 당하며 벼랑에 몰렸다.
● 두산 ‘판타스틱 4’ 선발진, 방어율 0.37 언터처블
두산이 자랑하는 ‘믿을 구석’은 ‘판타스틱 4’라 불리는 선발진이다. 더스틴 니퍼트~장원준~마이클 보우덴~유희관의 1~4선발은 정규시즌에 무려 70승(22패), 방어율 3.64(701.1이닝 284자책점)를 합작했다. 강한 선발진은 PS에서 꺼내들 수 있는 최고의 무기다. 실제로 니퍼트(8이닝 무실점)~장원준(8.2이닝 1실점)~보우덴(7.2이닝 무실점)이 KS 1~3차전에서 24.1이닝 1실점을 합작했다. 셋의 합산 방어율은 0.37에 불과하다. 이들 외에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이현승과 이용찬이 전부다. 29이닝의 83.9%가 선발진의 몫이었다. 투구수만 봐도 총 427개 중 368개를 선발진이 책임졌다. 비율로 따지면 86.2%에 달한다.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던 계투진의 불안을 완벽하게 상쇄했다.
보우덴이 3차전 후 인터뷰에서 ‘판타스틱 4’라는 애칭을 두고 “우리 모두 그런 별명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분위기가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고 한 것은 두산의 좋은 팀 분위기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포수 양의지는 이들의 컨디션에 따라 장점을 극대화하는 리드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보우덴이 2스트라이크 이후 주무기로 활용하던 포크볼의 비중을 낮추고, 하이패스트볼을 앞세워 삼진 11개를 솎아낸 것이 좋은 예다.
NC 나성범-테임즈-박석민-이호준(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 NC 나테박이, 타율 0.098 최악의 침묵
NC의 최대 강점은 나성범~에릭 테임즈~박석민~이호준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다. 이들은 올 정규시즌에 타율 0.309(1834타수567안타), 115홈런·425타점을 합작했다. 이호준이 이들 중 유일하게 3할 타율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0.298(399타수119안타)로 3할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그야말로 피해갈 곳이 없는 무결점 타선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두산의 강력한 선발진을 깨트릴 수 있는 최고의 카드로 꼽혔다.
그러나 이번 KS 3경기에선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넷의 합산 성적은 타율 0.098(41타수4안타)에 불과하다. 이종욱이 타율 0.333(12타수4안타), 1타점, 출루율 0.385를 기록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나테박이’의 침묵 속에 단 한 번도 홈을 밟지 못했다. 나성범이 13타수2안타(타율 0.182), 테임즈가 12타수1안타(0.083), 이호준이 8타수1안타(0.125)로 타격감이 좋지 않고, 박석민은 10타수 무안타다. 0-0으로 맞선 3차전 4회 무사 1·2루에서 테임즈가 3루수 뜬공, 이호준이 삼진, 박석민이 투수 땅볼로 물러나며 기회를 무산시킨 것이 이들의 긴 침묵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한 경기라도 홈팬들에게 승리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NC 김경문 감독의 바람이 이뤄지기 위해선 이들 넷의 폭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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