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전쟁’ NC 김경문 vs LG 양상문 우정과 승부 사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5시 30분


두 개의 달이 떠오른다. NC 김경문 감독(왼쪽)과 LG 양상문 감독이 21일부터 플레이오프에서 자웅을 겨룬다. 중학생 시절부터 40년 가까이 이어온 둘의 인연. 이번엔 과연 어떤 달이 가을밤을 환하게 비출까. 스포츠동아DB
두 개의 달이 떠오른다. NC 김경문 감독(왼쪽)과 LG 양상문 감독이 21일부터 플레이오프에서 자웅을 겨룬다. 중학생 시절부터 40년 가까이 이어온 둘의 인연. 이번엔 과연 어떤 달이 가을밤을 환하게 비출까. 스포츠동아DB
무려 40년간 이어진 인연이다. NC 김경문(58) 감독과 LG 양상문(55) 감독은 부산 동성중에서 까까머리 중학생으로 만났다. 야구를 향한 열정 하나로 치열하게 살아온 선후배는 어느새 백발이 성성한 중년이 됐고, KBO리그를 대표하는 감독들로 우뚝 섰다. 운명은 얄궂게도 선후배를 뛰어넘어 형제와 같은 두 감독을 외나무다리에 올려놨다. LG가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준PO)를 거쳐 PO까지 진출하면서, 2014년 준PO에 이어 2016년 PO에서 또 한 번 ‘달의 전쟁’이 발발됐다. 승부의 세계는 잔인할 만큼 냉정한 법이다. 남다른 우정을 다져온 두 감독이지만 맞대결에서는 물러설 수 없다. 한 차례 NC와의 포스트시즌에서 승리 경험이 있는 양 감독은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는 반면 LG를 상대로 실패를 경험한 김 감독은 이번만큼은 설욕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 까까머리 배터리에서 감독으로 이어진 인연

김 감독과 양 감독은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들은 부산 동성중에서 선후배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의 끈을 이어오고 있다. 고등학교 때는 김 감독이 공주고, 양 감독이 부산고에 진학하며 잠시 떨어졌지만, 고려대에서 배터리(투수+포수)로 재회하면서 인연을 이어갔다. 이뿐 아니다. 프로에 진출한 이후에도 김 감독(OB)과 양 감독(롯데)은 1990년 태평양에서 1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어려움도 많았고, 고비도 많았지만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가면서 묵묵히 야구쟁이의 길을 걸어왔다.

오랜 인연 덕분일까. 김 감독과 양 감독의 야구스타일도 닮아있다. 특히 지도자로서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고,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는 면, 자신이 결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끝까지 밀고 가는 추진력이 그랬다. 김 감독이 확실한 팀 컬러를 가지고 두산에 이어 신생팀 NC를 강팀 반열에 올려놓은 것처럼, 양 감독도 롯데의 세대교체를 주도하고 늘 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LG를 부임한 이후 3년 동안 2번이나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 김 감독-양 감독 서로를 칭찬하는 훈훈한 우정

김 감독은 올 시즌 오랫동안 정체돼 있었던 LG의 체질 개선에 성공한 양 감독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양 감독이 팀을 잘 이끌었다. 단호하게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LG가 저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고 본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이에 대해 양 감독은 “김 감독님은 항상 이렇게 팀을 이끌지 않으셨는가”라며 오히려 김 감독의 지도자 스타일을 높이 샀다.
이처럼 김 감독과 양 감독은 서로를 존중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강산이 바뀌어도 4번은 바뀌었을 세월이 쌓은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고 있다. 비록 PO라는 운명의 무대에서 적으로 만나야했지만, 어느새 닮아버린 두 ‘달 감독’이 PO에서 어떤 명승부를 연출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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