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위해” 24년만에 온 재일동포 럭비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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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럭비에 신선한 자극 주자”… 연세대와 전국체전 특별친선경기

 12일 예정돼 있던 전국체육대회 럭비 경기가 모두 끝난 뒤 파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과 빨간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나란히 충남 예산종합운동장에 들어섰다. 빨간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일본어를 했다. 24년 만에 한국을 찾은 재일동포 럭비팀이었다.

 재일동포 럭비팀은 이날 연세대와 전국체전 특별 친선경기를 가졌다. 2019년 럭비 월드컵과 2020년 도쿄 올림픽 등 일본에서 열리는 큰 국제대회를 앞두고 한국 대표팀에 신선한 자극을 주기 위해 대한럭비협회와 재일본대한체육회가 힘을 합쳐 만든 경기였다. 과거 전국체육대회 일반부 경기에 참가해 왔던 재일동포팀은 단체종목의 경우 재외동포팀들로 꾸려진 리그가 운영돼야 한다는 참가 규정에 따라 1992년 전국체전을 끝으로 발길을 끊었다. 재일동포 출신으로 두 단체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 최윤 대한럭비협회 부회장(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럭비가 비인기에도 못 미치는 ‘비인지’ 스포츠인 것이 현실이다. 럭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오사카조선고교를 전국대회 3위로 이끌었던 오영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재일동포 럭비팀은 도쿄와 오사카 지역의 대학팀, 실업팀에서 뛰는 선수 25명으로 구성됐다. 당초 실업팀에서 뛰는 정예 선수들로만 팀을 구성하려고 했지만 일본 실업리그 시즌이 겹친 데다 전국체전을 두 달여 앞두고 급하게 팀을 꾸리면서 2군급 선수가 주축이 됐다. 이 때문에 재일동포팀은 연세대, 고려대와의 친선경기에서 모두 30∼40점 차로 크게 패했다.

 하지만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한국 국가대표를 꿈꾸는 재일동포 선수들에게는 이번 경기가 자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또 일본 실업무대 진출을 꿈꾸는 국내 선수들에게도 일본 럭비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재일동포팀의 김순지(26)는 “한국 선수들과 처음으로 맞붙어 보니 생각보다 체격 조건이 좋아서 수비벽을 뚫기가 힘들었다”면서도 “일본에 비해 조직적인 플레이와 세밀함은 조금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럭비협회는 재일동포팀과 정기적으로 친선경기를 가질 계획이다.
 
예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오영길 감독.럭비#재일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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