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이 팬 사인 안 하는 선수 혼내는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25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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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넥센 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넥센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바람이 있다. 내년 3월에 열릴 예정인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에 소속팀 선수가 최대한 많이 뽑히는 것이다. 염 감독은 “아직 시즌 중반이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최대한 많이 갔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라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염 감독은 “국가대표팀에 가면 선수는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며 “우리 팀에는 아직 3~4년차에 성장중인 선수가 많기 때문에 가기만 해도 배우는 게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WBC는 늘 개최 시기가 문제로 꼽힌다. 감독 입장에서는 한창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핵심전력 없이 훈련을 하는 게 부담일 수 있다. 게다가 국가대항전은 포스트시즌보다 더 큰 압박감을 받는다. 국제대회를 다녀오면 후유증을 호소하는 선수들도 많다. 그러나 염 감독은 “나라가 부르는데 왜 안 가느냐?”며 반문했다. 오히려 “국가대항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야구 인기가 높아지고, 야구 인기가 높아져야 팬들이 야구장을 많이 찾는다. 시장이 확보돼야 스포츠산업이 발전한다. 팬들은 우리가 야구를 하는 첫 번째 이유이자 가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 감독은 실제 팬들에게 사인을 안 해주는 소속 선수가 있으면 대놓고 나무란다고 한다. 단순히 사인을 안 해줘서가 아닌 프로의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염 감독의 지적처럼 현재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중 팬 서비스에 적극적이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일부 선수는 평생 뽑힐까 말까한 베스트올스타12에 선정돼도 올스타전에 나가기 싫어한다. 단순히 “쉬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KBO 관계자도 “꾸준히 성원해주고 있는 팬들을 위한 행사인데 선수들이 소극적이다. 미디어데이에 나올 선수들을 섭외하는 게 쉽지 않고, 베스트12에 뽑혀도 올스타전에 어떻게든 안 나오고 싶어 하는 선수가 있다”고 귀띔했다.

프로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양적, 질적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올해는 KBO리그 역대 최초 800만 관중을 목표로 순항중이다. 야구가 국민스포츠로 자리매김한 데는 야구팬들의 넘치는 사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염 감독도 “관중이 없는 야구장에서 야구를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기에 비해 아직 우리 선수들의 인식이 성숙하지 못하다”며 “적어도 주전이라면 자신을 보러온 팬들을 위해서라도 전 경기에 나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메이저리그는 야구를 못 하면 곧바로 다른 선수로 교체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팬들을 대하는 태도도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도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를 잊지 말아야한다. 당시에는 자신을 알아보는 팬 1명이 간절하지 않나. 10년이 지나 큰 선수가 됐다고, 귀찮아서 사인을 안 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선수들만큼은 어려서부터 교육을 시키려고 한다. 연봉에는 팬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큰 선수는 존중을 받는다. 제2의 야구인생을 여는데도 좋다”고 힘주어 말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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