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서울처럼 로테이션?…광주FC ‘생존의 로테이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21일 05시 45분


광주FC 남기일 감독은 구단의 자생력과 미래를 위해 로테이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끌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광주FC 남기일 감독은 구단의 자생력과 미래를 위해 로테이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끌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서울전엔 젊은피, 성남전 주전8명 교체
“1부 잔류만큼 어린선수들 육성도 중요”
남기일 감독, 자생력 키우기 위한 시도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로테이션 시스템은 전북현대와 FC서울 등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팀은 클래식과 FA컵까지 3개 대회를 소화하기 때문에 로테이션 시스템이 필수다. 이를 위해 공격적으로 선수도 영입한다. 그런데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지 않는 광주FC가 최근 로테이션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주말과 주중 경기에 선수단을 이원화한다. 선수층이 타 구단에 비해 두껍지 않은 광주의 로테이션 시스템은 전북, 서울과는 다른 방식이라서 더 눈길을 끈다.

광주는 올해 33명의 선수로 팀을 꾸렸다. 클래식 15라운드를 치른 현재 33명 중 27명이 경기에 나섰다. 부상자가 발생해 어쩔 수 없이 선수를 번갈아 기용하는 것이 아니다. 광주는 15일 서울과의 원정경기에는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출전선수명단을 꾸렸다. 그러나 19일 성남FC와의 홈경기에선 이미 많은 출전 기회를 얻었던 선수들로 명단을 대거 변경했다. 주전 8명이 바뀌었다. 남기일 감독의 결정에 구단 관계자들도 적지 않게 놀랐다는 후문이다. 광주는 서울과 난타전 끝에 2-3으로 패했고, 성남을 상대로는 선제골을 넣는 등 1-1로 비겼다. 2경기에서 승점 1을 챙기는 데 그쳤지만, 출전한 선수들이 제 몫을 해 경기 내용은 좋았다.

광주의 로테이션 속에는 ‘생존’이라는 키워드가 숨겨져 있다. 남 감독은 “팀의 1부 잔류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성장도 중요하다. 또 지난해 클래식에서 한 시즌을 보내면서 선수층이 두꺼워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어린 선수들을 준비시켰다. 경기에 뛸 준비를 마치면서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구단은 재정적으로 넉넉지 않다. 결국 팀이 안정적으로 가기 위해선 좋은 선수를 길러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어린 선수를 성장시키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들이 성장하면 팀의 전력도 좋아지고, 재정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젊은 선수들의 육성에 초점을 맞춰 선수단을 운용하다보면 순위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팀 성적이 떨어지면 감독이 지휘봉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남 감독은 이에 대해 “나도 다른 감독과 똑같다. 자리를 지키고 싶다. 다만, 내가 그만두고 후임 감독이 와서 팀을 이끌 때 ‘선수들이 괜찮다’고 느끼고, 이 선수들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팀을 만들어놓고 싶은 게 내 생각이다”고 말했다. 구단의 자생력과 미래를 위한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남 감독의 새로운 시도가 K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