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4대륙서 야구…‘개척자’ 마에스트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1일 05시 45분


한화 마에스트리. 스포츠동아DB
한화 마에스트리. 스포츠동아DB
이탈리아 태생…美→호주→日 거쳐 한화행
4개국어 구사 이력…“한국어도 곧 배우겠다”
“아직 적응단계…최대한 낮게 던지도록 노력”


야구선수로는 다소 생소한 이탈리아(체세나) 태생인 알렉스 마에스트리(31)는 15일 한화와 총액 5000만엔(약 5억2000만원)에 계약했다. 그러면서 미국, 호주, 일본을 거쳐 한국 땅까지 밟게 됐다. 모국인 이탈리아리그를 포함하면 유럽, 오세아니아, 북아메리카, 아시아 등 4개 대륙을 경험한 ‘개척자’다. ‘동방견문록’을 집필한 이탈리아 상인 마르코 폴로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마에스트리가 일본 시절(2012∼2015년) 만난 아내는 아르헨티나인이다. 그 덕분에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물론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까지 4개 국어를 구사한다. 야구선수로는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계약 이틀 만인 17일 시범경기 대전 SK전으로 KBO리그 데뷔 첫 등판을 한 마에스트리는 2이닝 동안 6안타 1홈런 1볼넷 4탈삼진 6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그러나 한화 김성근 감독은 결과보다 과정을 봤다. “공격적인 투구가 좋다. 낮은 코스를 잘 공략하면 더 괜찮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20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마에스트리의 첫 인상은 ‘젠틀맨’ 외에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훈련을 마친 뒤 기자와 마주앉은 그는 “한국에서 뛰게 돼 기쁘다. 한국어도 빨리 배우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여섯 살 때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먼저 야구를 시작한 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야구선수가 된 덕분에 전 세계를 돌아볼 수 있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빅리그 무대까지는 밟진 못했지만, 2006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하면서 꿈을 이뤘다. 당시 기분이 어땠나.

“집을 떠난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생각에 몹시 흥분됐다. 컵스와 계약하면서 본격적인 야구인생이 시작됐다. 10년 전으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일본에서 보낸 4년은 어떤 시간이었나.


“동양야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한 것도 큰 자산이다. 아내도 일본에서 만났다(웃음).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호주, 미국에서도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국에서도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란다.”

-아시아 무대 데뷔전인 2012년 8월 12일 지바롯데를 상대로 첫 승(6.1이닝 1실점)을 따냈다. 당시 직접 산 5000엔짜리 글러브를 끼고 나와 화제가 됐다.


“돌아보면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형도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 글러브는 오릭스와 계약하기 전부터 사서 쓰고 있었다. 구단에서 새 글러브를 주긴 했지만, 손에 익은 5000엔짜리 글러브가 편했다. 마운드에선 편하게 던지기 위해 내게 잘 맞는 글러브를 끼고 나갔다.”

-일본독립리그 군마와 계약(2월 10일)한지 한 달 만에 한국행을 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일본 1군 무대에서 뛰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루지 못했다. 항상 한국행을 생각하고 있었다. 공을 던질 준비도 돼 있었다. 야구가 정말 하고 싶어 일단 군마와 계약했지만, 마침 한화에서 연락이 왔다. 행운이었다. 한화에서 뛰게 돼 기쁘다.”

-비록 한 경기일 뿐이지만 한국 타자들과 상대해보니 어떤가.

“한국 타자들에 대한 정보는 있었지만, 완벽하게 파악하진 못했다. 첫 등판인 만큼 즐기자는 생각뿐이었다. 사실 2번째 이닝에도 던질 것으로 예상치 못했다. 준비가 늦었다. 실점은 아쉬웠지만, 이 또한 적응하는 과정이었다.”

-스플리터가 인상적이었다. 언제부터 던지기 시작했나.

“이탈리아에서 열일곱 살 때부터 던지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형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내 공을 받아주곤 했다. ‘왜 다른 시도를 해보지 않느냐’는 형의 말을 듣고 처음 스플리터 그립을 잡아봤는데, 생각보다 편해 자주 던지기 시작했다. 미국에선 많이 던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무엇이 가장 자신 있나.

“공격적인 투구와 내가 보유한 모든 구종(직구·슬라이더·스플리터·투심)을 스트라이크 존에 던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성공을 위한 열쇠는 무엇인가.


“아직 배우는 단계라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한국 타자들이 직구를 잘 치기 때문에, 모든 구종을 최대한 낮게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구종을 효과적으로 섞어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뜻대로 공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 알렉스 마에스트리는?

▲생년월일=1985년 7월 1일(이탈리아 체세나 출생)
▲키·몸무게=183cm·80kg(우투우타)
▲미국프로야구 입단=2006년 시카고 컵스(싱글A)
▲경력=시카고 컵스∼호주 브리즈번∼이탈리아 리미니∼일본 오릭스∼한화
▲일본프로야구 통산 성적=96경기, 217.1이닝, 14승11패1세이브, 방어율 3.44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191경기, 376.2이닝, 24승17패19세이브, 방어율 3.75
▲한화 입단 조건=총액 5000만엔(연봉 2000만엔+옵션 3000만엔)

사직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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