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런던리포트] 위기의 이청용, 기회는 온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8일 05시 45분


크리스털팰리스 이청용.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크리스털팰리스 이청용.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EPL·FA컵 포함 4경기 연속 출전 불발
크리스털 팰리스, 반전·체력안배 필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크리스털 팰리스 이청용(28)이 또 결장했다. 7일(한국시간) 런던 외곽 셀허스트파크에서 끝난 리버풀과의 2015∼2016시즌 EPL 29라운드 홈경기(1-2 패)에 출전하지 못했다. 교체선수명단에 이름은 올렸지만, 끝내 앨런 파듀 감독의 호출을 받지 못했다. FA컵을 포함해 4경기 연속 결장. 가장 최근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14일 왓포드전(홈)이 마지막이다.

이날 리버풀전을 앞두고 영국 현지 매체들은 이청용의 선발출전을 예고했다.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려온 크리스털 팰리스가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라도 일부 선수를 바꿔줘야 한다는 의미였다. 28라운드까지 11경기 연속 무승(4무7패)이었다. 올 시즌 전반기 어렵게 승점을 벌었다가 후반기 들어 야금야금 까먹으면서 결국 리버풀전도 패해 9승6무14패(승점 33)로 15위까지 떨어졌다. 아직까지는 강등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남은 9경기를 제대로 버티지 못한다면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리버풀을 상대로 크리스털 팰리스는 나름 선전했다. 변함없이 가동된 4-2-3-1 포메이션의 좌우 날개로 포진한 볼라시에-자하가 적극적 움직임으로 상대를 괴롭혔고, 먼저 골도 뽑아내며 희망을 부풀렸다. 심지어 리버풀은 퇴장까지 당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후였다. 리드 상황과 수적 우위의 유리함을 활용하지 못했다. 어이없는 패스 미스로 동점을 허용한 뒤 페널티킥(PK) 역전골까지 내줬다.

오심에 가까운 PK 판정으로 억울한 면도 있었지만, 사령탑의 소극적 전략 역시 도마에 올랐다. 파듀 감독은 1-0으로 앞서며 더 몰아쳐야 하는 시점에 오히려 꼬리를 내렸다. 수비 강화에 초점을 맞춰 선수를 교체했다. 공간을 열어주고 유기적 플레이를 즐기는 이청용 카드를 꺼내는 데 주저했다. 현장에서 만난 인디펜던트의 딘 해밀턴 기자는 “앞서고 있는 데다, 지친 상대가 초조해하는 찬스를 활용하지 못했다. 대부분 크리스털 팰리스 경기가 비슷한 패턴”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일관되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는 벤치의 결정도 아쉬움을 준다. 2-2 무승부로 끝난 28라운드 선덜랜드 원정을 앞두고 파듀 감독은 이청용에게 선발로 나선다고 예고하며 미리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그런데 경기 직전 갑자기 마음을 바꿔 당초 스타팅 리스트에 올린 몇몇을 다시 벤치로 돌렸다. 이번에도 출전을 준비시킨 뒤 벤치에만 앉혀뒀다. 마치 ‘희망고문’과도 같은 상황이 한두 번도 아닌, 시즌 내내 수차례 반복되다보니 선수단이 혼란스러워 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청용은 특유의 묵묵함으로 잘 견디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잘 나갈 때나, 힘겨울 때나 한결같다는 칭찬을 받는 이청용이다. 리버풀전이 끝난 뒤에도 “(결장을) 예상하고 있었다. 괜찮다”고 말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주어지는 법이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반전과 체력안배가 필요하다. 이청용에게 기회는 틀림없이 온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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