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한일전에서 66분간 상대를 압도하고도 후반 수비 집중력 부족으로 무너진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세계 최초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우승까지 노렸던 대표팀은 지난달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일본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에서 2-3으로 역전패했다. 이날 2-0으로 앞서가던 대표팀은 후반 21분과 23분 일본에 연달아 골을 내주며 급속도로 흔들리더니 후반 36분에는 역전골까지 허용했다. 경기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다 수비 조직력이 흐트러진 게 패인으로 지목됐다. 신 감독은 “공격력이 좋아도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올림픽 본선에서 다시 일본을 만나면 반드시 콧대를 꺾어주겠다”고 말했다.
대표팀 수비진은 일본이 후반 들어 파상 공세를 펼치자 우왕좌왕했다. 수비수들은 문전으로 침투하는 일본 선수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고 측면 돌파도 쉽게 허용했다. 신 감독은 “실점한 뒤 팀의 중심을 잡을 선수가 없었다. 수비를 리드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림픽 본선까지 남은 기간은 6개월이다. 이 때문에 신 감독은 와일드카드에 수비 자원 발탁을 고려하고 있다. 올림픽 축구에는 23세 이하 나이 제한을 받지 않는 와일드카드 선수를 최대 3명까지 뽑을 수 있다.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수비 전체를 조율할 ‘그라운드의 리더’를 합류시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멤버인 김영권(26·광저우 에버그란데), 독일 프로축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홍정호(27·아우크스부르크) 등은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국가대표급 수비수 중 상당수는 올림픽 메달, 부상으로 인한 군 면제 등으로 병역을 해결한 상황이기 때문에 동기 부여가 약하다는 것이다. 신 감독은 23세 이하 선수들과 융화할 수 있고, 올림픽 출전 의지가 있는 선수를 찾기 위해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은 총 6실점을 했는데 이는 모두 체력이 떨어진 후반전에 내준 것이다. 이 때문에 올림픽 본선까지 남은 기간에 선수들의 체력을 강화하는 것도 숙제로 남았다. 신 감독은 “소속 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가 많아 체력적인 준비를 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면서 “와일드카드 3장을 쓰면 본선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릴 선수는 15명이다. 선수들이 소속 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아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일본전 패배로 올림픽 최종 예선 무패 행진을 34경기(25승 9무)에서 멈췄다. 일본과의 역대 전적은 6승 4무 5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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