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미생들이 땀-열정 쏟아붓게 K3-R리그 번외경기 기회 줬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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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FC 살리기’ 곽선우 前성남대표
후원사 찾았지만 창단신청 기한 넘겨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홍명보 자선축구대회.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염기훈(수원), 지소연(첼시레이디스), 이승우(바르셀로나) 등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 때 이들보다 더 큰 환성을 받은 선수는 무명의 청년들이었다. ‘청춘FC’의 염호덕과 임근영이었다. 이들이 나온 TV 프로그램을 보지 않은 축구팬은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청춘FC는 한 방송국의 예능프로를 위해 만들어진 팀으로 ‘축구 미생’들의 땀과 열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선수 여럿의 팬클럽이 결성될 정도로 관심은 뜨거웠다. 하지만 방송은 10월로 끝났고, 선수들은 흩어졌다. 다시 공을 찰 곳을 찾은 선수는 둘뿐이다.

“몇 개월도 안 되는 시간에 이렇게 사랑받은 팀이 어디 있습니까. 이들이 다시 모이지 않으면 청춘FC는 사라집니다.”

지난해 9월 청춘FC는 곽선우 전 프로축구 성남 대표이사(43·사진)가 맡고 있던 성남과 이벤트 경기를 치렀다. 평일인데도 관중은 8000명이 넘었다.

곽 전 대표는 “그렇게 많은 관중이 올 줄은 몰랐다. 청춘FC의 인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변호사인 그는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선수들의 무료 변론을 맡으며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곽 전 대표는 프로축구 시즌이 끝난 뒤 물밑에서 K3리그 합류를 목표로 청춘FC 창단을 준비해 왔다. 경기 용인시와 협의해 연고지를 확보했고 후원할 기업도 확보했다. 하지만 시작이 너무 늦어 창단 신청 기한을 놓쳤다.

올 시즌 K3리그 정식 합류는 불가능하지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K3리그나 올해 시작하는 프로축구 R리그(2군)에서 번외 경기를 편성해 주면 청춘FC는 다시 뛸 가능성이 있다. 김성근 프로야구 한화 감독이 이끌었던 고양 원더스도 정식 프로 구단은 아니었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배려로 퓨처스리그(2군)에서 경기를 치르며 큰 관심을 모았다. 덕분에 1군 무대에 진출한 선수도 여럿 나왔다.

곽 전 대표는 “청춘FC가 함께한다면 K3리그나 R리그도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이대로 축구를 그만두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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