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의 경마오디세이] 경주마의 주식은 홍당무가 아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27일 05시 45분


■ 경주마는 무엇을 먹고 사나?

경주마는 운동선수 못잖은 체력이 요구된다. 그럼 경주마는 뭘 먹고 살고 있으며 특별한 보양식은 뭘까.

말은 적게, 자주 먹는다?!

말들은 덩치에 비해 위장이 매우 작고, 적은 양의 음식물을 소화하기에 적합하도록 발달됐다. 야생에서 돌아다니면서 적은 양의 풀을 뜯어먹기에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에 의해 가축화 되면서 생활습성이 바뀌게 된다. 가축으로서의 말은 농업, 운송 등에 활용되기 시작된다. 자연스레 늘어난 에너지 소모량에 걸맞은 영양분 섭취가 필요하게 되면서 먹는 양이 조금은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말들은 야생의 생활방식을 전부 버리지 못해 일반 포유동물처럼 한 번에 많은 양의 식사를 할 수는 없다.

경주마의 경우 가축으로 활용되었을 때보다 몇 배의 운동량이 요구된다. 일반인들은 경주에 출전하지 않으면 쉰다고 생각하겠지만 경주마는 경주 후 며칠을 쉰 뒤 다음 경주에 출전 할 때까지 매일 몇 시간의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500kg의 체중을 가진 경주마가 경주조교와 같은 강한 운동을 할 때 소비되는 최소 에너지요구량은 26.6Mcal(미국 NRC 사양표준 기준)이다. 사람과 비교해 보면 성인남자의 에너지섭취량 2.4Mcal의 10배가 넘는 양이다. 일반적으로 경주마는 자기 체중의 2∼2.5%의 먹이를 하루에 먹는다. 경주마의 체중을 500kg으로 가정하면 약 10∼12.5kg의 먹이를 먹는 셈이다.

경주마의 주식은 홍당무가 아니네?

말의 먹이라고 하면 흔히 홍당무를 생각한다. 많은 경주마들이 홍당무를 좋아하긴 하지만 홍당무는 주식이 될 수 없다. 홍당무는 사람으로 치자면 일종의 기호식품이다. 영화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각설탕과 마찬가지로 말들이 가장 선호하는 간식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거의 모든 말들이 각설탕은 처음에도 잘 먹는 반면, 홍당무는 처음엔 잘 먹지 못한다. 홍당무를 처음 접하는 말들은 킁킁 냄새만 맞을 뿐 좀처럼 먹질 못하지만 몇 번 먹어본 후부터는 없어서 못 먹는다.

그렇다면 말의 진짜 주식은 무엇일까. 말의 먹이는 크게 ‘조사료’와 ‘농후사료’로 구분된다. 조사료는 말 먹이에 가장 기초가 되는 것으로, ‘각종 풀’이라고 보면 된다. ‘알팔파’, ‘티모시’, ‘헤일리지’ 등의 목초가 있다. 농후사료는 조사료에 이은 보조식인데 ‘귀리’, ‘보리’ 등이 있다. 요즘은 일선 사료회사에서 다양한 종류의 배합사료가 나오는 데 이 역시 조사료로 볼 수 있다. 조사료와 농후사료의 급사량은 단순히 경주마의 성장발육에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말에게 치명적인 배앓이의 주요 원인이 된다. 때문에 각 사료의 하루 급사량은 신중하고 정확하게 관리된다.

● 뱀, 지네, 산삼가루까지…특별보양식 백태


경주마들을 관리하고 있는 일선 조교사들은 자신만의 노하우에 따라 급사량을 조금씩 달리하기도 한다. 경주마의 성적이 수입과 직결되는 만큼 자신만의 노하우는 철저한 비밀에 부쳐지기 마련. 때문에 아주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경주마들의 특별보양식에 대해선 소문만 무성할 뿐 그 실체를 찾기는 어렵다.

특별 보양식에 관해 놀라운 사실은 초식동물인 말에게 ‘동물성 사료를 급사한다’는 설이다. 주로 뱀이나 지네, 토종 닭 등 사람들도 즐기는 보양식인데, 뱀과 지네는 주로 가루를 내 사료에 섞거나 달여 먹인다고 한다. 물론 최근엔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이 첨가된 보충제 등이 많이 시판되고 있어 이런 경우가 없다고는 하지만 과거 뚝섬시절만 하더라도 흔히 있는 일이었다고.

최근에 조교사들이 즐겨 이용하는 보양식으로는 인삼 · 산삼가루가 대표적인 예인데, 각 마방에서 성적이 좋은 경주마들에게는 그 양이 특히 집중된다니 사람이나 짐승이나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의 공식은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경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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