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목동 마지막 경기 ‘운명의 카운트다운’

스포츠동아 입력 2015-10-13 05:45수정 2015-10-1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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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시작된 목동구장과 프로야구의 만남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히어로즈의 창단 이후 8년간 프로야구의 역사를 함께 했지만, 넥센의 고척스카이돔 이전이 확정되면서 이번 포스트시즌을 끝으로 목동구장은 프로야구와 작별한다. 넥센 팬들이 7일 열린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중 목동구장 3루측 홈팀 관중석에서 응원의 함성을 토해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오늘 준PO 3차전…넥센 “목동서 KS까지” vs 두산 “목동서 한 판으로 끝”

부침 많았던 출발, 그리고 목동의 8년
홈런왕 박병호·빅리거 강정호의 탄생
늘어난 보라색 풍선·빼곡해진 광고판
추억의 이름으로…프로야구와 ‘작별’

첫 만남은 2008년 3월 13일이었다. 설렘도 있었지만 사실 불안감이 더 컸다. 현대를 기반으로 창단한 히어로즈는 서울 입성을 선언했고, 아마추어야구전용이었던 목동구장을 안방으로 택했다. 프로야구와 목동구장의 첫 만남은 LG-히어로즈의 시범경기였다.

히어로즈는 생존 자체에 의문부호가 따랐던 상황이었다. 해외전지훈련도 다녀오지 못했고, 주전 포수 김동수(현 LG 퓨처스 감독)와는 연봉계약도 하지 못하다 4월 1일에야 도장을 찍고 바로 한화와의 목동구장 정규시즌 개막전에 내보내기도 했다. 당시 히어로즈의 생명줄 역할을 해야 했던 외야 펜스 광고는 4개가 전부였다. 그러나 히어로즈는 개막 3연전을 모두 이겼다.

목동에서 프로야구 경기가 얼마나 더 열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던 출발. 그러나 히어로즈는 목동에서 8년을 보냈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최초의 타자 강정호(피츠버그)를 배출했고, 우승에 도전하는 강팀으로 변모했다. 김동수, 이숭용, 송지만의 은퇴식이 열렸고 2013년에는 꿈에 그리던 포스트시즌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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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를 환영하지 않았던 인근 주민들도 점점 마음을 열었다. 그래도 항상 원정 관중이 더 많았고, 3루쪽 홈팀 응원석은 비어있는 시간이 많았다. 보라색 풍선을 흔들던 열성 팬들의 모습은 애잔했고, 응원단장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치어리더의 화려한 춤사위도 슬퍼 보일 때가 더 많았다.

그러나 히어로즈는 넥센이라는 든든한 이름을 얻었고, 관중석의 보라색 풍선은 하나둘씩 늘어났다. 홈런왕 박병호가 탄생했고, 서건창의 눈물스토리는 신인왕이라는 열매로 맺혔다. 썰렁했던 광고판은 이제 자리가 모자라 외야 그물까지 가득 찼다.

어려웠던 시절 주장을 맡았던 송지만(현 넥센 퓨처스 코치)은 “우리 목동구장이 크기는 작아도 야구 보기는 참 좋은 곳이다. 교통도 좋고 얼마나 좋은가”라며 홍보를 자청했고, 구단 직원은 백방으로 뛰며 팬들을 모으고 광고를 따냈다. 홈런이 펑펑 터지는 구장이란 입소문이 났고, 이장석 대표는 장타자를 모으고 땅볼을 유도하는 투수를 뽑아 강팀의 초석을 다졌다.

이제 히어로즈와 목동, 한국프로야구와 목동은 작별을 앞두고 있다. 2009년 갓 주전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강정호는 “소원이 2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목동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혹시 아나? 내가 메이저리그 선수가 될지”라며 웃었다. 2010년 세상을 떠난 히어로즈 프런트 직원도 투병 중에 “목동에서 우승하는 것을 꼭 보고 싶다”고 했다.

그들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당장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리는 13일이 목동구장과 함께하는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간절한 바람은 와인색 유니폼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대구구장은 올 시즌 내내 성대한 작별식을 거행했다. 추억의 스타를 초청했고, 각종 이벤트가 끊이질 않았다. 히어로즈가 이사할 새 집(고척스카이돔)이 마지막까지도 확정되지 않아 목동구장에선 작은 행사도 열리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에 들어와선 이제 언제가 마지막 경기가 될지 알 수 없는 처지다. 넥센이 끝까지 도전을 계속한다면, 10월 30일 한국시리즈 4차전이 목동구장에 편성된 마지막 경기다. 8년의 시간과 작별. 그러나 슬픔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목동구장은 한국야구의 미래(아마추어야구)를 품고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할 역할을 다시 맡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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