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면 꽂힌다, 알토란 거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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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공격 성공률 1위 전광인

배구 대표팀 주포인 한국전력 전광인은 공격은 물론 수비도 잘한다. ‘갈색 폭격기’라는 별명으로 코트를 점령했던 신진식(삼성화재 코치)을 떠올리게 한다. 전광인은 “제2의 신진식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의왕=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배구 대표팀 주포인 한국전력 전광인은 공격은 물론 수비도 잘한다. ‘갈색 폭격기’라는 별명으로 코트를 점령했던 신진식(삼성화재 코치)을 떠올리게 한다. 전광인은 “제2의 신진식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의왕=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차세대 토종 거포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전광인(24·한국전력)은 요즘 상복이 터졌다. 지난 시즌 신인왕인 전광인은 지난달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상금 300만 원을 받았다. 지난달 말에는 4라운드 MVP로도 선정됐다(상금 100만 원).

2일 경기 의왕시 한국전력 체육관에서 만난 전광인은 “혼자 잘해서 MVP가 된 게 아니다. 올스타전 상금은 통장에 입금되는 대로 상품권으로 바꿔 함께 뛴 올스타 팀 감독님, 선수들과 똑같이 나눌 생각”이라고 말했다. 4라운드 MVP 상금으로는 한국전력 팀 선후배들을 위해 조촐한 피자 파티라도 열 계획이다. 인성도 훌륭하지만 더욱 인상적인 건 실력이다.

○ 꼴찌의 반란은 이제부터

한국전력은 승리보다 패배가 훨씬 익숙했던 팀이다. 2012∼2013 시즌에는 역대 프로배구 최저 승률(2승 28패)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광인을 중심으로 팀을 재건하면서 올 시즌엔 승리하는 날이 더 많아졌다. 1일에는 선두 삼성화재마저 꺾으며 팀 창단 후 최다인 5연승을 내달렸다. 4일 열리는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면 승점 3점을 더해 대한항공을 넘고 3위에 오를 수 있다.

전광인은 “작년에는 많이 지다 보니 시즌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요즘은 우리 선수들이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장에 들어선다. 어떤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은 2011∼2012 시즌 기록한 18승 18패였다. 당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현대캐피탈에 져 탈락했다. 올해는 역대 최고 승률과 함께 팀 사상 첫 플레이오프 진출에 도전한다. 전광인은 “나도 팀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지금처럼 연승 분위기를 탄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가을 배구는 물론이고 마지막까지 남는 팀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우승을 하고 싶다는 말이다.


○ “신진식 코치님께 부끄럽지 않게”

전광인의 포지션은 레프트 공격수다. 2일 현재 401득점을 올려 이 부문 8위에 올라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공격 성공률이다. 57.37%의 성공률도 전체 선수를 통틀어 1위다. ‘괴물’로 불리는 삼성화재의 레오(56.37%)와 OK저축은행의 시몬(54.79%)이 그의 뒤에 있다.

전광인은 “쥬리치와 (서)재덕이 형 등으로 공격이 분산되면서 지난 시즌보다 내게 오는 공격 기회가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공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더 집중하고 정성 들여 공을 때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격 못지않게 수비도 잘한다.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좋아하기까지 한다. 공격수인 그가 꼽는 롤 모델은 특이하게도 현대캐피탈의 리베로 여오현이다. 그는 “대표팀에서 같이 뛸 때 선배에게서 정말 많이 배웠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는 세트 상 1.87개의 디그를 기록해 이 부문 9위에 올라 있다. 1일 삼성화재와의 경기 5세트에서는 5개의 디그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공수를 겸비한 그는 ‘갈색폭격기’라는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진식(삼성화재 코치)을 이을 재목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둘은 그리 크지 않은 키(전광인 194cm, 신진식 188cm)에도 높은 점프와 폭발적인 스파이크, 뛰어난 수비 능력을 고루 갖췄다.

전광인은 “초등학생 때부터 신진식 코치님의 경기를 보러 다니면서 감동을 받곤 했다. ‘제2의 신진식’이라는 별명이 영광스럽긴 하지만 아직 나는 그 수준의 선수가 아니다. 신 코치님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 앞으로 별명에 걸맞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의왕=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전광인#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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