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현대건설 우승 ‘소통의 매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7월 28일 06시 40분


대한항공 선수들이 27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전에서 우리카드를 누르고 승리한 뒤 김종민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왼쪽) 같은 날 열린 여자부 결승전에서는 현대건설이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GS칼텍스를 누르고 우승했다. 현대건설 선수들이 양철호 감독을 헹가래 치며 기뻐하고 있다. 안산|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대한항공 선수들이 27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전에서 우리카드를 누르고 승리한 뒤 김종민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왼쪽) 같은 날 열린 여자부 결승전에서는 현대건설이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GS칼텍스를 누르고 우승했다. 현대건설 선수들이 양철호 감독을 헹가래 치며 기뻐하고 있다. 안산|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40세 김종민 감독·39세 양철호 감독 “호된 질책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열었다”

2014 안산-우리카드컵 남녀부 정상

지옥훈련 속에서도 대화·심리치료 통해 힐링 강조
대한항공 3년만에 정상…김종민 감독 첫우승 감격
황연주 등 베테랑에 대한 믿음에 선수들 똘똘뭉쳐
현대건설 8년만에 챔프…양철호 감독 데뷔전 우승

우승의 원동력은 카리스마보다는 소통과 대화의 리더십이었다. 그 주인공들은 젊은 감독이었다.

대한항공과 현대건설이 27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결승전에서 각각 남녀부 정상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2011년 이후 3년 만에, 현대건설은 2006년 이후 8년 만에 정상에 섰다.

대한항공을 우승으로 이끈 불혹의 김종민 감독은 2012∼2013시즌 도중 신영철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대행을 맡았고 정식감독으로 승격된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2013∼2014 시즌 뒤 황현주 감독의 뒤를 이어 수석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한 39세의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도 데뷔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은 그동안 V리그를 지배하던 감독의 이미지를 바꾼 사령탑이다. ‘감독은 카리스마 넘치고 선수들을 혹독하게 조련해야 우승을 만들어낸다’는 신화를 이번 KOVO컵에서 깨트렸다.

●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의 ‘형님 리더십’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격려의 말을 먼저 하는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은 마침내 영광의 헹가래를 받았다. KOVO컵 시작 전 걱정이 많았다. 센터 진상헌의 군입대 이영택의 재활 등으로 센터에 커다란 공백이 있었다. 연습경기에서도 단 한차례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체력훈련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땀을 믿었다. 김 감독은 힘든 체력훈련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훈련의 목표와 과정을 미리 설명했다. 선수들이 힘든 과정을 이해하고 자발적인 훈련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MVP 신영수는 “매일 매일이 극한이었다. 나중에는 아예 한 번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만 들었다”고 했다. 신뢰의 바탕에서 지옥을 경험시킨 김 감독은 연습경기에서 질 때마다 훈련장 인근 신갈 저수지까지 선착순을 시켰다. 패배의 아픔을 느끼고 선수들에게 독기를 심어줬다. 이와 함께 멘탈을 어루만지는 힐링도 했다. 매주 선수들에게 심리치료를 받게 했다. 선수들은 위기상황에서 위축되지 않고 행동하는 법을 배웠다. 감독 자신도 매주 심리치료를 함께 받으며 멘탈을 강화했다.

김 감독은 “첫 경기를 지고 주저앉을 줄 알았던 우리 선수들이 스스로 일어섰다. 이런 대회는 분위기 싸움이기에 내가 목소리를 높일 이유가 없었다. 우리 선수들이 이번에 땀 흘린 보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을 느낀 것이 우승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 “질책보다 믿음이 마음을 열게 했다”

여자부 우승을 이끈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은 선수와의 소통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양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내가 선수들에게 먼저 믿음을 주는 것이 질책을 하는 것보다 더 선수들의 마음을 열게 했다”고 말했다. 지난 2시즌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황연주는 “너를 믿고 있다“는 감독의 말 한마디에 그동안 아팠던 몸과 마음을 다잡았다. 양 감독 덕분에 황연주는 V리그 통산 2번째로 MVP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베테랑도 스토리가 있었다. 출산 뒤 쉬고 있던 김세영과 수없이 연락하며 배구를 다시 하도록 마음을 연 것도, 다시 배구를 하겠다고 찾아온 한유미에게 후배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역할을 준 것도 바로 소통의 힘이었다.

“KOVO컵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우리 선수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는 것이었다. 솔직히 지금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선수들이 잘 해줘서 고맙다. 영광은 선수들의 것”이라고 양 감독은 말했다.

그렇다. 경기를 하는 것은 선수다. 선수들이 스스로 잘하게 움직이는 것은 바로 마음이다. 우승 감독들은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을 알고 있었다.

안산|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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