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월드컵?…한-러전 포털 생중계 모바일 시청이 78%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4일 14시 31분


코멘트
브라질 월드컵 한국-러시아 간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린 지난달 18일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 스포츠 생중계 사이트 접속에 문제가 생겼다. 포털 사이트를 이용해 경기를 보려는 이용자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이날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네이버가 250만 여명, 다음이 50만 여명. 총 300만여 명이 포털 사이트를 통해 경기를 시청했다. 포털 사이트 생중계 사상 최고 동시 접속자 수 기록이었다.

동아일보가 네이버에 의뢰해 네이버 한국-러시아 경기 생중계 사이트 모바일-PC 접속 비율을 파악한 결과 100명 중 78명이 모바일을 이용해 경기를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관계자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네이버 생중계 동시 접속자 수는 최고 20만여 명 정도로 모바일 접속 비율은 극히 낮았다"며 "불과 4년 사이 접속자 수는 15배, 모바일 접속자 수는 수십 배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월드컵 생중계 PC-모바일 접속 비율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인터넷 소비가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음을 증명한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로 기록될 전망이다. 포털 사이트가 월드컵을 생중계한 이후 모바일을 통한 경기 시청 비율이 PC를 뛰어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가 생중계한 다른 주요 경기들의 모바일-PC 비율을 살펴봐도 모바일을 통한 시청 비율이 PC 비율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벨기에전의 경우 모바일 접속 비율은 58%로 PC 접속 비율(42%)보다 높았다. 알제리 전의 경우 모바일 접속 비율은 PC 접속 비율에 불과 2% 뒤진 49%였다.

다른 경기에서도 모바일을 통한 접속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4강전인 브라질-독일 경기는 모바일-PC 접속 비율이 59대 41, 아르헨티나-네덜란드 경기는 69대 31로 나타났다. 네이버 관계자는 "14일 열린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인 독일과 아르헨티나 경기 결과도 모바일을 통한 접속 비율이 PC 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상용화 이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실제 예측 속도보다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트래픽 추이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첫 번째 경기에서 접속 장애가 일어난 것도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가 예측한 것보다 모바일을 통한 접속자 수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트래픽 처리업체 아카마이는 브라질 월드컵이 아카마이가 지금까지 서비스했던 어떤 스포츠 이벤트보다도 가장 큰 인터넷 트래픽을 기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브라질 월드컵 인터넷 트래픽 기록은 스마트폰의 상용화 및 모바일을 통한 인터넷 소비 방식의 변화가 가져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월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90,172TB(테라바이트)를 기록했다. 2009년 애플의 아이폰 국내 도입 당시만 해도 월 430TB에 불과했었지만 불과 6년 사이 200배 이상 폭증했다. 이용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광고마케팅 플랫폼 전문 기업 DMC 미디어가 전국 5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브라질월드컵 미디어 이용 행태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58.6%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로 월드컵 정보를 얻겠다고 답했다. 이는 지상파TV(60.8%)를 통해 정보를 얻겠다는 응답과 비슷한 수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포함한 유선 인터넷(40%)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콘텐츠 생산과 소비, 유통 전 과정에 걸쳐 모바일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선보이며 모바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경우 컴캐스트와 같은 미국의 케이블TV 사업자나 ESPN과 같은 스포츠 전문 채널들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중계 서비스를 제공했다. 월드컵을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도 공식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선수들과 경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전 세계 축구팬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게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도 이달 초 글로벌 웹툰 서비스 '라인 웹툰'을 안드로이드용 앱과 모바일 웹 사이트(http://m.webtoons.com)로 출시하는 등 모바일 접속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모바일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서동일기자 d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