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반시계→시계 방향…정성훈 1루수 적응중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3월 21일 07시 00분


LG 정성훈. 스포츠동아DB
LG 정성훈. 스포츠동아DB
■ LG 정성훈, 수비 변신 딜레마

1루수 보직 변경 후 수비방향 전환 혼선
1루 주자 견제·원바운드 캐치 등도 과제


LG는 지난 시즌 직후 3루수 정성훈(34)의 수비위치를 1루수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지난 시즌 정성훈은 송구에서 종종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수비 부담감이 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우려됐다. LG는 정성훈의 장점인 타격능력을 극대화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1루수 변신에 공을 들인 정성훈은 시범경기에서 지명타자 또는 1루수로 출전하고 있다.

● 반시계 방향과 시계 방향…3루→1루 전환 딜레마

LG 김기태 감독은 20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정성훈이 1루수로서 잘 해주고 있다. 3루수를 봤기 때문에 1루수로선 어깨도 괜찮다”고 총평했다. 초보 1루수임을 고려해 합격점을 준 것이다. 그러나 정성훈은 “아직은 어렵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LG 유지현 수비코치는 “3루 수비와 1루 수비는 움직이는 방향에 가장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3루수는 3루 라인 쪽을 커버할 때 주로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인다. 반면 1루수가 1루 라인 쪽을 수비할 때는 주로 시계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처럼 정반대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3루수가 1루수로 변신하려면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이는 단지 타고난 수비 센스로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여야 한다. 현역시절 ‘꾀돌이’로 명성을 떨쳤던 유지현 코치조차 2002년 1월 팔꿈치 수술 이후 유격수에서 2루수로 수비 위치를 바꾼 뒤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정성훈은 “야구를 시작하고 나서 1루수는 처음이다. 20년 넘게 3루수와 유격수를 주로 했기 때문에 아직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1∼2년 정도는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 변화구성부터 원바운드까지…변화무쌍한 송구

어려운 점은 수비의 주된 방향뿐이 아니다. 1루에 빠른 주자가 있을 경우, 1루수는 수시로 주자를 견제해야 한다. 3루수보다 많은 움직임이 아직은 어색하다. 포구 역시 만만치 않다. 1루수들은 “내야수의 송구도 투수의 공처럼 변화무쌍하다. 쉽게 잡는 것 같아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토로한다. 1루수에게 송구할 때는 포심패스트볼(직구) 그립을 잡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선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실밥을 완벽하게 잡지 못하면, 포구하기에 좋지 않은 회전이 생긴다. 공은 마치 변화구처럼 휘기도 한다.

원바운드볼을 잡는 것 역시 노하우가 필요하다. 정성훈은 14일 대구 삼성전 1회 유격수 권용관의 원바운드 송구를 놓친 뒤 아쉬운 웃음을 짓기도 했다.

김기태 감독은 “생각하지 않은 송구가 오면 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성훈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정성훈은 이런 난제들을 해결하며 올 시즌 1루수로 안착할 수 있을까.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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