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 봤으면 좋겠단다, 태극썰매 처녀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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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가는 여자 봅슬레이-루지 대표팀

여자 봅슬레이 대표 김선옥(앞)과 신미화.
여자 봅슬레이 대표 김선옥(앞)과 신미화.
“어휴, 저도 원피스 입고 싶죠.”

몸매에 관심이 많을 꽃다운 20세. 또래 친구들이 원피스나 몸에 붙는 옷을 입으며 몸매를 뽐낼 때 봅슬레이 여자 대표팀 신미화(20·삼육대)는 취침 1시간 전에 닭다리를 붙잡고 야식을 먹었다. 이미 2시간 전에 라면을 먹어 소화도 채 되기 전인 경우도 있었다. 신미화는 “대표팀에 들어오고 나서 10kg이 늘었다. 예쁜 옷도 입고 싶은데 이제 맞지도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썰매의 가속도를 높이기 위해 봅슬레이 선수들의 체중은 더 나갈수록 좋다. 이를 위해 신미화와 김선옥(34·서울연맹)은 남들이 다이어트에 신경 쓸 때 살찌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루지 여자 대표팀의 성은령(21·용인대)과 최은주(22·대구한의대)도 마찬가지다. 성은령은 “지난해 시즌이 시작되기 전 하루 5, 6끼를 먹으며 한 달 동안 8kg을 늘리기도 했다. 음식물을 목구멍에 쑤셔 넣다 보니 토할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살찌우기도 힘들었지만 남들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자신들을 가르쳐 줄 사람도 없었고 미숙한 실력 때문에 국제대회에서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3년간 피나는 노력 끝에 파일럿 김선옥-브레이크맨 신미화로 이뤄진 봅슬레이 여자 2인승 대표팀은 11일 미국 뉴욕 주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아메리카컵 8차 대회에서 2위에 올랐다. 한국 여자 봅슬레이가 국제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여자 봅슬레이 여자 2인승 대표팀은 소치 겨울올림픽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 루지 여자 대표팀도 앞선 8일 사상 첫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루지 대표 성은령(왼쪽)과 최은주.
루지 대표 성은령(왼쪽)과 최은주.
2011년에야 소치와 평창 겨울올림픽을 목표로 봅슬레이, 스켈리턴, 루지 여자 대표팀이 생겼다. 처음 대표팀이 꾸려진 탓에 다른 종목 선수 출신이 많다. 봅슬레이의 김선옥과 루지의 최은주는 단거리 육상선수, 신미화는 창던지기 선수, 성은령은 태권도 선수였다. 이들은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말에 봅슬레이와 루지가 어떤 종목인지도 모르고 2011년 대표선발전에 지원했다. 봅슬레이, 루지 여자 대표팀 모두 단 2명의 국가대표 선수가 전부다. 다치면 대체 선수가 없어 출전이 어렵다.

하지만 이들은 사명감 속에 땀을 흘리고 있다. 김선옥은 “우리가 여자 썰매 1세대이기 때문에 사명감이 크다. 올림픽에 나가 성적을 내야 앞으로 들어올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다. 올림픽 출전에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고 각오했다.

▼ 봅슬레이 男4인승 국제대회 첫 우승 ▼

한편 한국 봅슬레이 남자 4인승 대표팀도 12일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아메리카컵 7차 대회에서 사상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출전을 사실상 확정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봅슬레이#루지#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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