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 고국에서 맛본 첫 우승의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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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21일 07시 00분


우승을 확정지은 후 눈물을 보이고 있는 양희영. 양희영은 20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에서 열린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서희경을 꺾고 프로 데뷔 이래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우승을 확정지은 후 눈물을 보이고 있는 양희영. 양희영은 20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에서 열린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서희경을 꺾고 프로 데뷔 이래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 하나-외환챔피언십 프로 데뷔 첫 승

최종 3R 연장전 끝에 서희경 꺾고 정상
2008년 LPGA 진출 후 무승 설움 씻어
“너무 오래 기다렸다…밤에 잠 못 잘듯”


“너무 오래 기다려왔던 첫 우승을 고국에서 하게 돼 너무 기쁘다. 아직도 기분이 얼떨떨하다. 오늘밤 잠이 안 올 것 같다.”

양희영(24·KB금융그룹)이 6년 동안 참아온 눈물을 쏟아냈다. 국내 유일의 LPGA 투어인 하나-외환챔피언십(총상금 190만 달러)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우승상금은 28만5000달러(약 3억원).

양희영은 20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파72·6364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서희경(27·하이트)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2008년 LPGA 진출해 6년 가까이 우승이 없었던 양희영은 고국 팬들 앞에서 첫 승을 신고하며 기쁨을 두 배로 늘렸다.

양희영은 이날 3타를 줄이면서 서희경과 합계 9언더파 207타로 동타를 이뤘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약 4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파에 그친 서희경을 꺾었다.

● 유럽 무대 휩쓸던 골프천재

양희영은 2006년 2월 호주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LET) 투어 ANZ 마스터스에서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며 유명세를 탔다. 당시 나이 16세 6개월 8일로 최연소 우승 기록과 함께 1982년 카리 웹 이후 이 대회에서 22년 만의 아마추어 우승자가 됐다.

아마추어 무대에선 독보적이었다. 호주 퀸즐랜드 아마추어 챔피언십, 뉴질랜드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그렉노먼 주니어 마스터스 등을 휩쓸었다. 당시 그의 활약은 미국에서 아마추어 돌풍을 일으켰던 미셸 위(24)만큼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로 인해 ‘호주의 미셸 위’로 불렸다. 미 LPGA 투어에서는 2008년 활약했다.

양희영은 스포츠 유전자를 안고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양준모 씨는 국가대표 카누 선수 출신이고, 어머니 장선희 씨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창던지기 동메달리스트다. 골프는 엄마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했다. 부모에게 운동신경을 물려받은 그는 174cm의 큰 키까지 갖춰 일찌감치 두각을 보였다.

● 한국선수들 세계 수준과 어깨 나란히

신데렐라 탄생은 없었다. 그러나 한국여자골프의 매운맛을 충분히 보여줬다.

첫날부터 한국선수들의 돌풍이 거셌다. 1라운드에서는 박주영(23·호반건설)이 5언더파를 몰아치며 캐서린 헐 등과 함께 공동 선두로 나섰다.

2라운드에서는 김하늘(25·KT)이 치고 나왔다. 중간합계 5언더파 139타를 기록하며 공동 6위에 올라 역전 우승을 노렸다. 최종 성적은 단독 6위(6언더파 208타).

마지막 3라운드에서는 ‘대박소녀’ 김세영(20·미래에셋)이 기적을 꿈꿨다. 17번홀까지 단독 선두를 달려 LPGA 직행티켓을 거머쥘 기세였다. 아쉽게도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보기를 적어내는 바람에 1타 차 공동 3위(8언더파 208타)에 만족해야 했다.

우승은 놓쳤지만 세계 최고의 무대라는 LPGA 선수들과 겨뤄 어깨를 나란히 했다.

마지막 날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공동 12위로 경기를 끝낸 박주영은 “처음엔 외국 선수들과 경기하는 게 부담이 됐지만 막상 실력을 겨뤄보니 큰 차이가 없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영종도|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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