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두산, ‘박병호 효과’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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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12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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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넥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두산의 제1 과제는 ‘박병호(넥센)’라는 벽을 넘는 것이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존재감이 이대호, 이승엽급”이라는 게 두산 자체 평가였다. 두산 전력분석팀은 “홈런타자는 약점이 극명하다. 지난해만해도 박병호는 몸쪽 볼에 약했고 높고 빠른 볼에 헛스윙 비율이 높았다”며 “하지만 박병호는 올 시즌 단점을 보완했다. 그래서 더 무서운 존재가 됐다”고 분석했다.

● 두산이 본 박병호

박병호가 가장 약한 코스는 몸쪽이었다. 그러나 단시간에 몸쪽 공을 잡아당겨 홈런을 쳐내는 타자로 거듭났다. 두산 유희관은 “(박)병호 약점이 몸쪽이라는 것을 알고 투수들이 계속 그 쪽으로 공략했더니 스스로 몸쪽 볼 대처법을 알아냈다. 좋은 타자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두산 김경원 코치는 “박병호의 힙턴과 배트스피드는 가공할만하다. 일반 타자들은 타격을 할 때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경우가 많은데 박병호는 타석에서 5대5로 균형을 맞추고 있고, 타격할 때도 뒤쪽에 중심을 놔둔다. 실제 타격시 4대6 정도로 무게중심이 뒤에 남아있어서 허리가 젖혀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힙턴과 배트스피드가 굉장히 빨라 방망이에 맞기만 하면 타구가 멀리 간다. 자세가 흐트러져도 담장을 넘길 수 있는 것은 이러한 타격스타일 덕분에 임팩트 순간 엄청난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 공략법? 투수 최고의 공

그렇다면 두산이 마련한 박병호의 대처법은 뭘까. 김 코치는 “확실한 승부”라고 못 박았다. 두산은 준PO 1·2차전에서 박병호를 너무 의식하다가 제대로 된 공략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박병호를 의식하다 심리전에 역풍을 맞기도 했다. 2차전에서 박병호를 상대했던 유희관은 “(박)병호에게 맞는다고 다 홈런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던지면 맞는다고 지레 겁을 먹기 때문에 투수들이 제 공을 못 던지는 부분이 있다. 안타를 맞을 수도 있고 볼넷을 줄 수도 있지만 두려워서 자기 공을 못 던지면 실수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 코치도 “당연히 중심타자니까 고의4구로 거를 수 있다. 만약 실점위기라면 그 방법도 하나의 작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1점차에 2사 만루 볼카운트가 3B-2S인데 상대가 박병호다. 그럴 때는 상대하는 투수가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던지는 게 맞다. 결과가 어떻게 됐든 후회가 없는 공을 던질 수 있도록 투수에게 권한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 ‘홈런아픔’ 노경은 최고의 공은?

벼랑 끝에 몰린 준PO 3차전. 두산 선발은 노경은이었다. 그는 정규시즌 넥센과의 마지막 경기였던 9월 29일 목동구장에서 박병호에게만 홈런 2개를 허용한 아픔을 안고 있다.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노경은은 박병호와 정면승부를 택했고, 2·4회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삼진을 잡은 공은 2번 모두 포크볼이었다. 그가 140km대의 빠른 슬라이더와 함께 가장 자신 있게 구사하는 구종이다. 그리고 중요한 승부처에서 선택도 포크볼이었다.

● ‘박병호 봉쇄’는 성공했지만….

두산 변진수도 9회 박병호를 상대로 정면 승부(직구)해 우익수플라이를, 연장 12회초 윤명준 역시 직구로 중견수플라이를 이끌어냈다. 연장 14회초에는 오현택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박병호의 성적은 5타수 무안타 1볼넷. 결과적으로 두산 투수들의 박병호의 봉쇄는 성공했다. 그러나 ‘박병호 효과’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박병호는 0-3으로 뒤진 7회 무사 1루서 노경은의 포크볼을 골라내기 시작했고 볼넷을 얻어내면서 무사 1·2루 찬스를 이어갔다. 5번 타자 김민성에게 기회가 갔고 동점3점 홈런이 터졌다. 연장 12회초 역시 선두타자 박병호를 잡아냈지만 김민성이 곧바로 안타로 출루하며 찬스를 만들어갔다. 두산은 연장 14회말 무사 1·3루서 이원석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승부를 준PO 4차전까지 끌고 갔다. 두산의 3차전 승리는 ‘박병호 봉쇄’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4차전 결과는 어떻게 될까. 박병호, 그리고 박병호 이후를 어떻게 봉쇄하느냐에 두산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볼 수 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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