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무릎꿇린 네이마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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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드컵 스페인과 결승서도 득점, 패스 축구 이끌던 사비 재우고 MVP
라 리가 바르사에서도 대활약 예고
브라질 3연속 우승,월드컵 청신호

‘네이마르는 뜨고 사비는 지고.’

브라질(FIFA랭킹 22위)이 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에서 FIFA랭킹 1위 스페인을 3-0으로 꺾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2005, 2009년에 이은 3회 연속 우승이다.

이번 대회는 브라질의 샛별 네이마르 다시우바를 위한 대회였다. 네이마르는 ‘신성(新星)’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경기 때마다 빛을 발했다. 반면 스페인의 패스 축구를 이끌던 ‘패스 마스터’ 사비 에르난데스의 활약은 네이마르의 빛에 가렸다. 두 선수 모두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바르셀로나(바르사) 소속이다. 두 선수의 경기 내용을 본 바르사 관계자들은 신발 장수와 우산 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 마음처럼 웃지도 울지도 못하지 않았을까.

○ 네이마르, 거품론 잠재우다

몇 달 전만 해도 네이마르는 ‘거품 논란’에 휩싸였다. 5월 5700만 유로(약 870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네이마르가 바르사에 입단하자 지나친 몸값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축구스타 루이스 피구는 “네이마르는 좋은 선수지만 브라질과 스페인 리그의 수준은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네이마르는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5경기에서 모두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대회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특히 세계 최강으로 불리던 스페인을 맞아 더욱 빛났다. 브라질이 1-0으로 앞선 전반 44분 오프사이드 함정을 영리하게 뚫고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었다. 후반 2분에는 상대 수비수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도한 뒤 공을 흘려 차베스 프레드의 쐐기 골을 유도했다. 후반 22분에는 일대일 돌파를 하다 상대팀 헤라르드 피케의 퇴장도 이끌어냈다. 반 박자 빠른 패스와 수비수를 쉽게 제치는 개인기를 보여줬다.

그의 활약으로 승리한 브라질은 내년 월드컵 우승 전망이 밝아졌다. 소속팀 바르사도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에 대한 의존도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사비, 전방위 압박에 무릎 꿇다

스페인으로서는 사비의 부진이 뼈아팠다. 사비는 바르사와 스페인 축구 전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티키타카(원터치 패스를 탁구공이 빠르게 오가는 것에 빗댄 표현)’의 중심이다. ‘패스 마스터’ 사비가 존재하기에 바르사와 스페인은 몇 년간 세계 축구의 정상에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33세인 사비가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스페인 축구에도 그늘이 드리웠다. 스페인은 이날 패배로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이어온 A매치 29경기 연속 무패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스페인은 브라질전에서 점유율(56%)은 물론 패스횟수(스페인 599개·브라질 438개), 패스 성공률(스페인 88%·브라질 83%)에서 앞섰다. 하지만 브라질의 전방위 압박에 사비를 비롯한 스페인 선수들은 공을 돌리기만 했다. 스페인은 점유율에서는 앞섰지만 경기를 지배하지는 못했다. 2012∼201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바르사가 전방위 압박을 펼친 독일의 뮌헨에 참패한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네이마르 다시우바#스페인#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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