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브레이크] 유럽발 축구 승부조작 파문…2년전 K리그 사태와 공통점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2월 6일 07시 00분


1. 골키퍼
2. 하위팀
3. 비중계 노렸다

골키퍼-판단 미스 가장 땐 발각 어려워
하위팀-재정 열악 구단 선수 쉽게 유혹
비중계-무관심한 경기는 조작에 용이

다른 점은? 유럽에선 심판까지 개입해


유럽 공동 경찰기구인 유로폴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680여 경기에 승부조작이 있었다”고 밝혀 국제 축구계가 충격에 빠졌다. 유로폴은 2008년부터 2011년 사이에 유럽에서 380경기, 비유럽(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에서 300경기 등 총 680여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로폴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지는 않았다. 다만, 유럽에서 벌어진 380건 가운데에는 월드컵 지역 예선과 챔스리그 2경기가 포함돼 있고, 챔스리그 중 한 경기는 잉글랜드에서 치러졌다고 언급했다. 유럽 언론들은 어떤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졌는지 앞 다퉈 보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승부조작 경기와 방식, 매수 대상 등이 2011년 여름 K리그를 뒤흔들었던 승부조작 파문과 유사한 점이 많아 눈길을 끈다.

○매수 대상 방식 K리그와 흡사

K리그 승부조작 브로커들은 1차적으로 최전방 공격수와 골키퍼를 매수했다. 공격수는 의도적으로 골을 안 넣는 게 임무이고, 골키퍼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된다. 판단 미스를 가장하면 바로 눈앞에서 봐도 승부조작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다. 독일 언론은 2009년 챔스리그 E조 조별리그 피오렌티나(이탈리아)-데브레첸(헝가리)(피오렌티나 4-3 승), 덴마크 언론은 리버풀(영국)-데브레첸(리버풀 1-0 승)을 지목했다. 데브레첸 골키퍼 부카신 폴렉시치가 2.5골 이상 실점해 패배하기로 약속했고, 당시 전송한 승부조작 관련 문자메시지가 경찰에 의해 발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K리그 승부조작의 검은 유혹은 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부터 손을 뻗쳤는데, 유럽 상황도 비슷하다. 유로파리그의 올보르BK(덴마크)-슬로비아 사라예보(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0-0 무), 바젤(스위스)-CSKA소피아(불가리아)(바젤 3-1 승)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졌다. 서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난한 동유럽 국가의 클럽, 선수들이 많이 가담했다.

TV중계가 이뤄지지 않는 경기가 있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K리그 승부조작은 컵 대회에 집중됐다. 컵 대회는 중계가 안 돼 팬과 언론의 관심이 멀어졌고, 승패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 승부조작에 용이한 구조로 전락해 버렸다. 2011년 2월 터키에서 열린 볼리비아-라트비아 평가전, 불가리아-에스토니아 평가전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승부조작 의심을 받고 조사를 받고 있는데, 이 두 경기는 TV중계도 없었고, 관중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치러졌다. 두 경기에서 나온 7골이 모두 페널티킥이었는데 싱가포르 범죄 조직이 배후를 조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심판 개입 여부는 차이점

K리그와 유럽발 승부조작의 가장 차이점은 심판의 개입 여부다.

K리그는 브로커들에게 매수된 선수들이 승부조작을 저질렀다. 심판들도 관여돼 있을 것이란 소문이 있었지만 공식 확인된 적은 없다. 그러나 유로폴 조사에 의해 밝혀진 승부조작에는 상당수의 심판이 관여됐다. 2009년 9월 펼쳐진 리히텐슈타인과 핀란드의 2010남아공월드컵 유럽예선 경기(핀란드 2-1 승)가 대표적이다. 승부조작 브로커가 주심에게 5만2850달러(5700만원)를 주고 후반에 2골이 들어갈 수 있도록 조작을 부탁했다.

○점차 확산될 듯

물론 지금까지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K리그도 처음에는 공격수와 골키퍼, 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 관심도가 적은 컵 대회 정도만 관여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전 포지션의 선수 그리고 기업구단과 정규리그를 불문하고 매수된 것으로 밝혀져 더 큰 충격을 줬다. 유로폴 조사가 진행될수록 이번 승부조작의 규모와 범위도 점점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유로폴이란?

유럽 형사 경찰 기구로 알려진 유로폴(EUROPOL)은 유럽연합(EU)의 범죄 대책 기구로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두고 있다. 주로 EU 회원국 경찰들을 지원하는 형태로 국제 범죄 대처에 주력하는 가운데 1999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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