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LG 감독이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코치로 있던 2007년의 일이다. 김 감독은 어느 늦은 저녁 고급 음식점에서 우연히 주장 아베 신노스케(33) 일행과 마주쳤다. 자연스럽게 합석이 됐고 술자리까지 이어졌다. 계산할 시간이 되자 아베는 “오늘은 제가 내겠습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한국 스타일’대로 손사래를 치며 계산서를 가져오라고 했다. 계산서에 찍힌 금액은 약 50만 엔(약 640만 원). 이제 와서 아베에게 돈을 내라고 할 순 없었다. 김 감독은 갖고 있던 현금을 탈탈 털고 신용카드까지 꺼내 식사비를 지불해야 했다.
김 감독이 회상하는 아베는 최고의 리더다. 그라운드에서는 엄한 선배지만 야구장을 벗어나면 듬직한 형으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그해 아베의 연봉은 1억4000만 엔(약 18억 원)으로 적은 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과하다 싶을 만큼 틈만 나면 후배들을 데리고 다니며 밥을 사고 술을 샀다. 2008년 연봉이 2억4000만 엔(약 31억 원)으로 올랐을 때 그는 “올해 밥값으로 엄청 많은 돈을 썼다. 내년엔 연봉이 더 올랐으니 사고 싶지 않아도 살 수밖에 없게 됐다”고 농담을 던졌다. ‘스타 군단’인 요미우리가 올해 저팬시리즈 우승 등 최근 몇 년간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아베와 같은 든든한 구심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아베가 내년에는 일본 프로야구 최고 연봉자가 된다. 전해 4억 엔(약 51억 원)을 받았던 아베는 19일 구단과의 협상에서 5억7000만 엔(약 73억 원)에 사인했다. 역대 일본 선수를 통틀어도 2004년과 2005년 사사키 가즈히로(당시 요코하마)의 6억5000만 엔(약 83억 원), 2002년 마쓰이 히데키(당시 요미우리)의 6억1000만 엔(약 78억 원)에 이어 사상 세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실력으로도 충분히 이 정도 돈을 받을 만하다. 아베는 가장 힘들다는 포수 포지션을 맡으면서도 팀의 4번 타자로 나서 타율 0.340에 27홈런, 104타점을 기록했다. 타율과 타점, 출루율 3관왕에 올랐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다. 김 감독은 “아베는 올해 전체 144경기 중 138경기에 나섰다. 그가 힘들어한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야구를 위해 태어난 선수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연봉 협상에 임하는 그의 태도다. 아베는 예전부터 구단과 줄다리기를 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이번에도 구단은 그에게 다년 계약을 제시하려 했다. 선수라면 누구나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는 1년 계약을 고수했다. 그는 “다년 계약을 하면 아무래도 안이해질 수밖에 없다. 만약 어느 해에 못했는데 이듬해에 똑같이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건 나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야구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항상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치열함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체력과 야구를 대하는 마음가짐, 그리고 리더로서의 자질 등을 볼 때 아베는 국적을 떠나 본받을 만한 선수”라고 말했다. 지난해 조인성이 SK로 떠난 뒤 포수 포지션이 취약해진 LG는 아베 같은 선수가 더욱 절실해 보인다.
:: 아베 신노스케는? ::
△생년월일=1979년 3월 20일 △신체조건=180cm, 97kg △투타=우투좌타 △입단=2001년 요미우리∼ △주요
경력=정규시즌 MVP 1회, 저팬시리즈 MVP 1회, 올스타전 MVP 2회, 베스트나인 7회, 골든글러브 2회 등 △주요
국제대회 출전 경력=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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