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박찬호 “야구 행정과 지도자 두마리 토끼 잡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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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30일 12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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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스포츠동아DB
박찬호. 스포츠동아DB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호령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39)가 공식적으로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박찬호는 30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길었던 길었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았던 19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이 자리에서 박찬호는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1년 간 뛰며 도움을 준 한화 이글스의 구단 관계자와 코칭스태프, 어린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야구 행정과 지도자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다. 당분간은 미국에서 야구 공부를 할 것이라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에 빛나는 박찬호는 말 그대로 ‘국민 영웅’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던 1990년대 말 당시 LA 다저스 소속이던 박찬호의 선발 등판 경기는 국내 모든 이의 관심사였다.

세계 최고의 타자들을 상대로 시속 160km에 가까운 거침없는 강속구를 뿌려대며 삼진을 낚아내는 모습은 쾌감을 줬고, 어려운 시절 충분한 위로가 됐다.

시간은 흘러 우여곡절 끝에 여러 메이저리그 팀과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까지 거쳤다.

이번 2012 시즌을 앞두고는 한국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고, 1년의 세월이 지나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맞게 됐다.

다음은 박찬호와의 일문일답.

-선수 생활 중 가장 기뻤던 순간은?

“너무 많았지만 한가지만 꼽자면 마이너리그로 강등 됐다가 다시 메이저리그로 승격 돼 첫 승을 거뒀을 때가 생각난다. 마이너리그는 너무도 힘든 기억이었기에 그것을 극복했다는 기쁨이 매우 컸다.”

-은퇴 결심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선수 생활 연장 권유를 받았지만, 한국 프로야구에 들어올 때 선수로는 1년 계획을 잡았다. 다른 계획들이 분명했기에 선수 생활을 연장할 수는 없었다. 또한 지난 5년 동안 매년 부상이 있었다.”

-향후 구체적인 계획은?

“야구 경영, 행정 또한 미국 야구와의 교류 등의 일을 하고 싶다.또한 지금도 하고 있는 유소년 야구 프로그램을 활용해 미래의 한국 야구 꿈나무를 키워내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처음에는 어린 선수들이 나를 어려워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스스럼없이 대해줘 많은 교류를 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다. 특히 안승민 선수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여러가지 사건으로 내게 많은 웃음을 줬다.”

회상에 젖은 박찬호는 한화에서의 한시즌을 회상하며 주장 한상훈과 한시즌 내내 호흡을 맞췄던 포수 신경현 그리고 주포 김태균과의 일화를 떠올리며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일본에서의 선수 생활에 대해서는?

“일본에서의 경험은 앞으로 하고 싶은 야구 행정 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많은 성원을 해준 오릭스의 팬과 구단 관계자에게도 감사 말씀을 드린다.”

-야구 행정 일에 대한 계획은?

“미국에 가서 공부할 생각이다. 미국 야구는 비단 야구 실력 뿐 아니라 야구 행정과 상업적인 부분이 매우 발전해 있다. 당분간 미국에 가서 다시 몸소 체험할 계획이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겪은 대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한국 선수들은 투지가 매우 투철하다. 특히 국가대표팀의 경우는 더욱 강하다. 하지만 너무 이겨야 한다는 목적 때문에 여유가 부족해 보였다. 여유를 가지고 길게 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다.”

-지도자를 할 계획은 없는지?

“야구 지도자는 앞으로 계획한 내 인생의 목표 안에 포함 돼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야구 행정과 함께 많은 공부를 해야할 것이다.”

-프로선수로서 우승을 해보지 못했는데?

“내게는 내셔널리그 우승과 국가대표팀의 우승으로 충분하다. 너무나 기뻤던 순간이었기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남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타자는?

“가장 고마웠던 타자는 꼽기 어렵다. 너무나 많은 타자가 승리를 거두는데 도움을 줬다. 가장 까다로웠던 타자는 배리 본즈였다. 선구안과 배팅 파워가 완벽했다.”

-미국에는 언제쯤 갈 계획인지?

“다음 달 말 쯤 미국에 들어가 연말을 미국에서 보낼 계획이다. 그곳에서 야구 공부에 대한 계획과 아이들의 학교 문제도 해결할 생각이다.”

-은퇴식에 대한 계획은 없는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화 팬에게 인사를 드릴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내게는 2012 시즌 모든 등판이 팬에게 하는 인사였다. 그래서 더욱 이를 악물고 던졌다.”

-박찬호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내게 야구는 학교다. 어린 시절부터 학업 대신 야구하는 시간이 많았다. 학업으로 채우지 못한 것을 야구를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친구 역시 야구를 통해서 사귀었다. 야구를 통해 영광을 누리기도 했고, 실패도 겪었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도전을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걸 배울 수 있었기에 내게 야구는 학교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기자회견을 마치며 박찬호는 자기 자신에게 대견하고 기특하다는 말을 전했다. 또한 중학교 시절부터 한화까지 입었던 총 13개의 유니폼을 보며 모두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회상에 빠졌다. 길고도 짧았던 선수생활을 회상하던 박찬호는 이내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며 선수 은퇴의 아쉬움을 참지 못했다.

동아닷컴 조성운 기자 maddux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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