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란 드라기치 “한국 팬들 위해 말춤 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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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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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드라기치. 동아닷컴DB
고란 드라기치. 동아닷컴DB
[동아닷컴]

겨울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NBA(미국프로농구) 시즌이 다가왔다.

NBA 2012-13 시즌이 오는 31일(이하 한국시간) 지난해 우승팀인 마이애미 히트와 보스턴 셀틱스간의 경기를 시작으로 이번 주 일제히 개막한다.

각 팀마다 총 82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은 내년 4월 18일까지 이어지며 올스타전은 2월 18일 휴스턴 로키츠의 홈 구장에서 열린다. 8개 팀이 참가하는 플레이오프는 4월 21일부터 시작해 그 중 최종 승자를 가리는 파이널시리즈는 6월 초에 개최된다.

올 한해 다수의 메이저리그 스타를 인터뷰한 동아닷컴은 한국 언론 최초로 국내 농구 팬들을 위해 NBA 스타인터뷰를 준비했으며 그 첫 번째 순서로 피닉스 선즈의 슈팅가드 고란 드라기치(26)를 미국 현지에서 만났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드라기치는 지난 2008년 피닉스에 입단하며 NBA에 데뷔했다.

데뷔 초 그는 피닉스의 태양이라 불리던 슈팅가드 스티브 내쉬의 그늘에 가려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0년 1월 26일 유타 재즈를 상대로 3점슛 6개를 성공시키며 자신의 한 경기 최다득점인 32점을 기록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드라기치는 2011년 2월 휴스턴 로키츠로 트레이드 되는 아픔을 겪었다. 트레이드의 상처를 기회로 승화시킨 그는 휴스턴에서 보란 듯이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다.

휴스턴에서 뛴 두 시즌 동안 드라기치는 한 경기 평균득점(11.7점), 어시스트(5.3개), 리바운드(2.5개), 자유투 성공률(80.5%) 등 자신의 각종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그 결과 그는 지난 여름 내쉬를 LA 레이커스로 트레이드 시키며 공석이 된 자신의 전 소속팀 피닉스의 주전 슈팅가드로 금의환향하는 기쁨을 맛봤다.

드라기치는 내쉬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것을 본인 자신도 잘 아는 듯 동아닷컴 취재진이 찾아간 날 그 누구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며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음은 드라기치와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시즌 개막이 코 앞인데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웃으며) 좋다. 아픈 곳도 없고 컨디션도 최상이다.”

-원 소속팀이었던 피닉스로 다시 돌아왔다. 소감을 말해달라.

“오랜만에 고향에 온 것처럼 편안하고 기분도 좋다. 피닉스는 내가 NBA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많은 것을 도와준 팀이다. 구단 직원 대부분도 잘 알던 사람들이라 낯설지 않아 좋다. 도시도 익숙하고 팬들의 열기도 전보다 더 높아진 것 같아 올 시즌이 매우 기대된다.”

-휴스턴으로 트레이드 될 때 속상하지 않았나?

“트레이드 소식을 맨 처음 스티브 내쉬를 통해 들었다. 내쉬가 평소 장난을 잘 쳐서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다. 하하! 처음에는 놀라기도 했고 어리둥절했지만 프로 스포츠는 비즈니스이고 트레이드 또한 그 일부분이기 때문에 금세 받아들이고 적응했다.”

-NBA 무대에 선지 어느덧 4년이 됐다. 자신의 성공 비결을 꼽자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그 일을 즐기면서 한 게 비결인 것 같다. 사실 신인 때는 잘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미국의 모든 것이 낯설어서 적응하는데 힘들었다. 향수병 때문에 때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인 농구를 할 수 있고 세계 최고의 선수만 뛸 수 있는 NBA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자 전보다 더 열심히 하게 됐고 각종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도 향수병에 시달리나?

“(손을 저으며) 전혀 아니다. 지금은 미국 생활에 완벽히 적응했다. 사촌형제도 이곳 미국에 살고 있고 슬로베니아에 계시는 부모님도 매년 미국에 오셔서 몇 주씩 머물다 가시기 때문에 더 이상 향수병은 없다.”

-친정 팀에서 맞이하는 시즌이 남다를 것 같은데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아직 특별히 정해놓은 목표는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매 경기 내가 가진 역량을 모두 발휘해서 이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친정 팀이라 심적으로 편한 면도 있지만 새로운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과제도 있다. 피닉스가 현재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팀을 재건하는 시기라 많은 사람들이 올 시즌 우리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모든 팀원들이 매일 많은 땀을 흘리며 열심히 시즌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리그를 놀라게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고란 드라기치. 동아닷컴DB
고란 드라기치. 동아닷컴DB

-어떤 점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과거 피닉스는 선수들 대부분이 노장이어서 공격은 좋았지만 수비가 썩 좋은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전 대부분이 젊기 때문에 공격 후 수비 전환이 빨리 이뤄지는 장점이 있다. 선수들이 젊어서 경험 부족이라는 단점도 있지만 체력을 바탕으로 선수 전원이 공격과 수비를 할 수 있다. 건실한 수비가 뒷받침 된다면 공격 실패를 수비 강화로 막아낼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시즌 중에는 비록 쉬는 날이라도 오전에 체육관에 나와 연습을 한다. 그리고 오후에만 집에서 쉬거나 아니면 쇼핑을 하는 등 여가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얼굴도 잘 생기고 웃는 것도 매력적이어서 여성 팬이 많다고 들었다. 혹시 여자친구가 있는가?

“(웃으며) 있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친구인데 지금 미국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여자 친구에 대해 자랑을 하자면?

“우선 마음씨가 참 고운 친구다. 나처럼 슬로베니아 사람인데 요리도 잘한다. 그녀 덕분에 항상 슬로베니아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외국 생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앞서 누구보다 더 농구를 사랑한다고 했는데 여자친구와 농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호탕하게 웃으며)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 언론이라 할지라도 혹 여자친구 귀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노코멘트 하겠다. 하하!”

-다시 농구 이야기를 하자. 내쉬가 떠난 자리를 메워야 하는데 부담스럽지 않나?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내쉬는 NBA를 대표하는 최고의 슈팅가드이다. 아울러 내쉬와 함께 뛸 때 그에게 픽앤롤 기술 등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내쉬와 나는 스타일이 다르다. 우선은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결과는 그 후의 문제라고 본다.”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 팬들도 당신과 내쉬의 맞대결을 기대하고 있다. 자신있나?

“(웃으며) 작년에 내가 휴스턴에서 뛸 때 이미 내쉬와 4경기 맞대결을 펼쳐 2승 2패의 성적을 거뒀다. 올 시즌 또 다시 여러 차례 맞붙겠지만 내쉬와 나의 대결이 아니라 오직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내쉬와는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나?

“물론이다. 2주 전에도 만나 함께 식사도 하고 올 시즌에 대해 이야기도 나눴다.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2~3일에 한번 정도는 문자로 서로의 안부를 전할 정도로 친한 친구이다.”
고란 드라기치. 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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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고국 슬로베니아에서 NBA 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날 정도로 농구를 좋아했다고 들었다. 당시 좋아했던 팀이나 선수는 누구였나?

“유럽 출신의 NBA 스타였던 드라젠 페트로비치도 좋아했고 어렸을 적 내 포지션이 포인트가드여서 마이클 조던도 무척 좋아했다. 경기를 본 날은 친구들과 함께 NBA 스타들의 플레이를 흉내 내느라 하루 해가 금방 저물곤 했다. 하하!”

-당신의 동생 조란(Zoran)도 농구 선수라고 들었다.

“그렇다. 지금 스페인에 머물며 유럽프로농구리그에서 뛰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휴스턴 로키츠의 여름리그에도 참가했다. 동생도 NBA 진출을 목표로 매년 최선을 다하고 있고 기량도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곳 NBA에서 뛸 날이 있으리라고 본다.”

-만약 당신이 농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 것 같나?

“(웃으며) 어려운 질문이다. (잠시 생각하고) 확실한 건 농구가 아니더라도 분명 다른 종목 선수로 뛰고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축구 선수도 했기 때문에…”

-축구도 했었나?

“그렇다. 하지만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축구를 포기하고 농구를 선택했다. 농구를 하지 않았다면 경제학 공부를 했기 때문에 비즈니스맨이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웃으며) 내가 넥타이를 매고 사무실에 앉아 일하는 모습은 전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하하!”

-취미는 무엇인가?

“운동을 좋아해서 취미도 그 쪽이다. 탁구나 테니스 치는 것을 좋아하고 선수급 실력은 아니지만 가끔 축구도 한다.”

-한국에 있는 팬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한국에서도 계속 NBA를 사랑하고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특히 우리 피닉스를 말이다. 하하! 한국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한국 팬들을 위해 한 가지 약속해 줄 수 있나?

“(순간 긴장하며) 무슨 약속을?

-피닉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나오는 말춤을 춰줄 수 있겠나?

“(활짝 웃으며) 물론이다. 하하! 일본이나 중국은 가봤지만 한국은 아직 가보지 못했다. 우리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반드시 한국 팬들을 위해 말춤을 출 테니 그때가 되면 잊지 말고 캠코더를 가지고 다시 찾아와 달라. (악수를 청하며)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다. 하하!”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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