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허 “상금 30억 번다고 달라진 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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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3일 07시 00분


존허는 올 시즌 미PGA 투어에서 한차례 우승하는 등 유력한 신인상 후보다. 행운으로 진출한 PGA투어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신한동해오픈에 출전 중인 존허의 모습.  인천|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tomato99@donga.com
존허는 올 시즌 미PGA 투어에서 한차례 우승하는 등 유력한 신인상 후보다. 행운으로 진출한 PGA투어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신한동해오픈에 출전 중인 존허의 모습. 인천|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tomato99@donga.com
美 PGA투어 퀄리파잉 턱걸이서 ‘슈퍼 루키’ 등극까지

상금 500달러 경기서 우승 경험 발판
한국투어 이어 미국 진출 자신감으로

올 시즌 상금랭킹 28위…신인상 유력
텍사스 집도 장만…“마음가짐 똑같아”


존허(22·한국명 허찬수)는 올 시즌 미 PGA 투어가 배출한 최고의 블루칩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해 27위(25위까지 풀시드 획득)에 머물렀다. 행운이 찾아왔다. 상위 2명의 선수가 2부 투어 성적으로 우선 시드를 얻으면서 존허까지 기회가 왔다. 존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 5번째 대회였던 2월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성공시대를 쓰기 시작했다. 루키는 컷 통과하기도 어렵다는 PGA투어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포함에 4차례 톱10에 진입했고, 상금랭킹 28위(269만 달러, 약 29억9000만원)를 기록 중이다. 신인상 수상도 유력하다. 존허는 11일 개막한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신한동해오픈에 출전 중이다.

○미니투어 우승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철저히 준비했다고 해도 루키 시즌에 이만한 성적을 거둔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우승은 더더욱 어렵다. 미PGA투어 첫 우승을 목전에 둔 중압감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허는 미니 투어(미국 각지에서 열리는 지역 대회)에서 우승 경험을 쌓으며 프로데뷔를 준비해 왔고 이것이 엄청난 효과를 냈다.

펩시 트와일라잇 투어도 그 중 하나. 오후 1시에 티오프를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각 지역에서 볼 좀 친다는 선수들끼리 모여 각자 참가비를 내고 겨루는 대회다. 125달러를 내고 출전해 우승하며 500∼600달러를 상금으로 받는다. 존허는 이런 대회에서 2번 출전에 한 번 꼴로 우승을 했다. 존허는 “작지만 그런 경기에서 우승 경험을 쌓은 것이 도움이 됐다. 이것이 우승이구나 하는 느낌은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한국투어에 도전하는 발판이 됐다”고 밝혔다.

자신감 하나만 믿고 2008년 말 KPGA의 외국인선수(존허의 국적은 미국)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해 출전권을 따냈다. 2010년 신한동해오픈에서 최경주를 꺾으며 깜짝 우승을 거뒀다. 그때 우승은 PGA투어 도전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고, 도전 끝에 성공이라는 결실을 이뤄냈다.

○우승하던 날 오전 스폰서 계약

마야코바 챔피언십 우승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당시 베테랑인 로버트 앨런비(호주)와 무려 8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존 허는 “마지막 날 워낙 스코어가 많이 벌어져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비웠었다. 그런데 오전조로 출발한 선수들의 성적이 잘나오는 것을 보면서 오늘 스코어를 많이 줄일 수 있는 코스 세팅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자신감 있게 시작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결승전이 열리던 날 오전 날아든 ‘희소식’도 베테랑 선수와의 8차 연장 승부에서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그는 “최종라운드가 열리던 날 아침에 형으로부터 ‘BBCNBANK’에서 후원이 확정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날 내가 우승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텐데, 아직 여물지 않은 내 가능성을 인정해줬다는 사실에 마치 날개를 단 것 같았다. 덕분에 연장의 중압감도 이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환경 달라졌지만 마음가짐은 같다

기대 이상으로 화려한 시즌을 마친 존허는 겸손했다. 스물 두 살의 나이에 상금으로만 30억 원 가량을 버는 스타가 됐고, 6월에는 최경주, 위창수 등 선배들이 사는 텍사스 주 댈러스에 집을 장만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그는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좀 무감각하다고 할까. 분명히 주변 환경은 좋아졌다. 하지만 내 스스로는 변한 것이 없다고 느낀다. 생활도 비슷하고 마음가짐도 똑같다. 투어에 참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 상금은 성적에 따라 부가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상금을 많이 획득해 기분은 좋지만 성적 그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골프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존허는 올해 투어챔피언십 최종전 진출을 이뤄내면서 내년 4대 메이저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그는 “올 시즌에 아쉬운 점은 없다. 너무나 만족스럽다. 내년에는 메이저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경험을 쌓아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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