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홈런… 그는 아직 배고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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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프로 18년만에 대기록… 美 25명-日 8명-현역은 5명뿐
“이젠 국내 최다홈런에 도전”

삼성 이승엽은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6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상대 선발 박찬호에겐 삼진 2개를 연거푸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무뎌진 스윙이 마음에 걸렸던 이승엽은 불펜 한쪽에서 쉴 새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대선배의 땀방울에 자극을 받은 걸까. 0-5로 끌려가던 삼성은 연장 10회 혈투 끝에 한화를 6-5로 물리치고 6연승을 내달렸다.

“혼이 담긴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이승엽의 좌우명이다. 프로 18년차 베테랑이지만 자신을 다그치는 데는 그 누구보다 엄격하다. 이승엽의 혼이 담긴 스윙이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

이승엽은 29일 목동 넥센전에서 한일 통산 500홈런을 달성했다. 그는 1-1로 맞선 4회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밴헤켄의 시속 140km짜리 바깥쪽 높은 직구를 밀어 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17호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승엽은 “삼진만 당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쳤는데 의외로 좋은 타구가 나왔다”고 했다. 그는 올 시즌 경기당 0.21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전성기 시절의 몰아치기는 없었지만 기복 없이 꾸준했다. 4월 5개, 5월 4개, 6월 6개의 아치를 그리며 타격감을 이어갔다. 국내 통산 341개의 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은 한화 장종훈(은퇴·340개)을 제치고 최다 홈런 단독 2위로 올라섰다.

500홈런은 우리보다 긴 역사를 가진 프로리그에서도 드문 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배리 본즈(762개)를 비롯해 25명,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오 사다하루(868개)를 비롯해 8명만이 갖고 있다. 현역 선수로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짐 토미(볼티모어), 매니 라미레스(오클랜드), 마쓰이 히데키(탬파베이)밖에 없다.

이승엽의 홈런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단일리그 500홈런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기뻐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의 시선은 이제 한곳에 맞춰져 있다.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양준혁(은퇴)이 갖고 있는 국내 통산 최다 홈런(351개) 기록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최연소300호… 日서 400호… 마침내 새 역사 ▼

“(이)승엽아, 타자 한번 해봐라.”

“싫습니다. 저는 한국시리즈 우승 투수가 꿈인데요.”

1995년 삼성이 스프링캠프를 차린 미국 플로리다 주 베로비치. 당시 박승호 삼성 1군 타격코치(현 NC 수석코치)는 고졸 신인 투수 이승엽에게 타자 전향을 권유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고생하던 이승엽이 방망이를 휘두르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 단번에 ‘재목’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승엽은 이후 박 코치의 집요한 구애에 결국 방망이를 잡았고 그해 홈런 13개를 터뜨리며 타자로서 이름을 알렸다. ‘한일 500홈런쇼’의 시작이었다. 1996년 홈런 9개에 그쳤던 이승엽은 1997년 홈런왕(32개)에 올랐다. 이승엽은 “당시 백인천 감독님이 경기 후 삼성 2군 훈련장이 있던 경산까지 찾아와 배팅 볼을 던져주셨다. 그게 홈런 타자로 거듭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매끈한 체형을 지닌 거포의 등장에 팬들은 열광했다. 그는 2003년 6월 22일 만 26세 10개월 4일의 나이로 세계 최연소 통산 300호 홈런을 터뜨렸다. 삼성맨 이승엽의 홈런쇼는 2003년 홈런 56개로 한 시즌 아시아 최다 기록을 세우며 절정에 달했다. 9년 동안 경기당 홈런은 0.28개(1143경기 324홈런). 3.53경기마다 홈런을 생산했다. 이승엽의 홈런 페이스는 일본 진출 뒤 다소 주춤했다. 2004년부터 8년 동안 797경기서 홈런 159개에 그쳤다. 경기당 홈런 0.20개. 5.01경기당 홈런 1개였다. 이승엽은 “타자에 대한 전력 분석을 꼼꼼하게 하는 일본에서는 내가 노리는 공이 잘 안 왔다”고 회상했다.

2004년 일본 롯데로 옮긴 뒤 2년 동안 44개의 홈런을 때린 이승엽은 요미우리 첫해인 2006년 만 29세 11개월 14일의 나이에 ‘한일 통산 400홈런’이란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만 30세가 되기 전에 400홈런 고지에 오른 선수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와 오 사다하루(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 그리고 이승엽뿐이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승엽#500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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