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tter Interview]“루키때 맞은 홈런 충격…자신감 찾는데 7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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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30일 07시 00분


SK 윤희상은 “요즘 야구가 재밌다”고 했다. 만년 2군 투수로 끝날 줄 알았는데 SK의 주축투수로 떠오른 인생 대역전을 일궜기 때문이다. “생각이 바뀌니 야구도 잘 된다”고 윤희상은 말한다. 스포츠동아DB
SK 윤희상은 “요즘 야구가 재밌다”고 했다. 만년 2군 투수로 끝날 줄 알았는데 SK의 주축투수로 떠오른 인생 대역전을 일궜기 때문이다. “생각이 바뀌니 야구도 잘 된다”고 윤희상은 말한다. 스포츠동아DB
193cm…버스 탈 때마다 머리가 불안
등번호 66번, 점집 추천 6번 두번 겹쳐

2군시절부터 힘 실어준 여친이 이상형
주무기 직구 앞세워 올시즌 10승 도전!


SK가 시즌 초반 주축투수들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상위권을 유지하는 데에는 윤희상(27)의 공이 컸다. 그는 29일까지 4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2패, 방어율 3.04를 기록했다. 이제 단순히 대체자원이 아니라 선발의 한축으로 당당히 자리 잡은 모습이다. 최근 SK에서 가장 ‘Hot’ 한 선수답게 트위터를 통한 질문이 쏟아졌다. 환한 미소를 띤 그는 그의 우직한 직구처럼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윤희상의 친필 사인볼(MAX스포츠 제공)과 스포츠동아·스포츠투아이가 공동 제작한 ‘2012 플레이어 노트북’을 받을 3명의 당첨자는 @ddal99 @bubbleb9 @ChelcyCHOI다.

-키가 정말 큰데(193cm) 야구할 때 좋은 점과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은?(@Youjeong2 등)

“타점이 높으니까요. 투수로서는 유리하지요. 반면에 아무래도 순발력은 좀 떨어져요. 일상생활에선…. 제가 아직 운전을 안 하거든요. 구리 집에 갈 때 버스를 타면 천정에 머리가 닿을 것 같아서 그 점은 좀 불편한 것도 같아요.”

-뭘 먹고 그렇게 키가 크셨나요? 키 크려면 뭘 해야 되는지 조언 좀요.(@ddal99 등)

“어릴 때 아버지께서 밤 9∼10시만 되면 저를 방으로 밀어넣으셨어요. 충분히 숙면을 취해야 키가 큰다고 하잖아요. 억지로라도 일찍 잠자리에 들게 하셨죠. 그래서 밤에 하는 드라마는 본 적이 없었어요. 그리고 새벽 1∼2시가 되면 아버지께서 제 방으로 오셔서 제 무릎을 주물러주셨대요. 성장판 자극 같은 것이었나 봐요. 어머니께서는 키 크는데 좋다는 음식이나 약은 다 해주셨죠. 제가 하루에 우유 1000mL 짜리를 2∼3개씩 먹어서 ‘우유 값 대기 힘들다’는 말씀도 하신 적이 있어요. 부모님 덕에 한 8∼9cm는 더 크지 않았나 싶어요.”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은?(@ImMinA_ 등)

“포크볼을 많이 말씀하시는데, 저는 직구가 제일 자신 있어요. 예전에 김상진 (2군 투수)코치님께서 ‘네 직구는 내가 본 것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하셔서 자신감을 많이 가졌어요. 타점이 높이서 치기 힘들다고 말씀들 하시는데, 좀 낮게 제구하는 것이 숙제에요.”

-기나긴 2군 시절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samlafan)

“저는 괜찮은데 주변에서 은근히 비교하실 때가 있었어요. ‘쟤는 벌써 1군에 갔는데…. 너는 이래서 안 되는 것 같다.’ 제가 사실 고집이 센 편인데, 이렇게도 바꿔보고 저렇게도 바꿔보고 그랬어요. 그 때 좀 심적으로….”

-여자 친구 있나요?(@bb_v_l 등)

“네. 7년 동안 사귀었어요. 제가 2군에 있을 때부터 한결같이 저를 응원해주고 격려해줬지요. 누가 이상형을 물으면 저는 여자친구라고 답합니다.”

-모자가 항상 로진 가루 때문에 더럽던데….(@YeIn304 등)

“제가 손에 땀이 많아서 로진을 좀 많이 묻히는데요. 또 저도 모르게 모자를 만지는 버릇이 있어요. 그래서 모자가 항상 하얗게 돼요.”

-박희수 선수가 ‘윤희상보다 잘생겼다’고 그랬는데 본인 생각은 어떠세요??(@heejiji)

“저는 진짜 제가 한 번도 잘 생겼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여성 팬도 없고….”

-메이저리그에서 롤 모델이 있나요?(@Isakios_DC)

“도쿄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봤어요.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가 너무 멋있더라고요. 초반에 안타를 많이 맞았는데, 투수는 그러면 아무래도 위축되거든요. 그런데 에르난데스는 ‘어, 네가 내 공을 쳤어?’ 이런 표정이더라고요. 패턴도 안 바꿨어요. 결국 자기 스타일대로 밀고나가서 승리투수가 됐지요. 그런 자신감을 닮고 싶어요.”

-66번이 사실 자주 쓰이는 등번호는 아닌데요. 혹시 무슨 의미가 담겨있나요?(@fdfd16)

“어머니께서 점을 보셨는데, 저랑 6이랑 잘 맞는다고 그랬대요. 그래서 6번대 번호를 달려고 했는데, 다른 번호대는 다 차있고…. ‘그럼 아예 6을 두 번 쓰자’ 싶었어요. 지금까지는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은요?(@aaasa31)

“신인 때 한화와의 경기에서 이범호-김태균 선배한테 홈런을 맞았어요. 그 때 충격이 컸지요. ‘아, 내 공이 이렇게 쉽게 맞나?’ 그 이후로 도망다니는 피칭을 하게 되고…. 어찌 보면, 그 때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는데 7년이 걸린 것 같아요.”

-지난 포스트시즌 이후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ChelcyCHOI)

“‘어? 내 공이 통하네?’ 나도 하면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절친’ 김용의(LG) 선수와 첫 대결에서 이겼는데 우정에는 이상 없으시죠? 혹시 김용의 선수의 약점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sunginet)

“우정에는 전혀 이상이 없고요. 약점은 대강 알고 있지만, 투수가 항상 생각하는 대로 던질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용의와는 너무 가까워서, 어쩌면 제게 ‘마누라’ 같은 존재에요.”

-LG 김용의 선수와는 어떻게 친해졌나요?(@bubbleb9)

“제가 구리에서 서울 선린인터넷고등학교로 전학을 갔어요. 아무래도 서울 애들과는 조금 다른 게 있었어요. 똑같은 메이커 운동화를 신어도 저는 양말 신는 스타일이 좀…. 다들 발목 양말을 신는데, 저는 양말을 길게 올려 신고 그랬거든요. 한 번은 친구들이 놀려서 제가 버럭 화를 냈는데, 그 때 용의가 나서서 부드럽게 넘어가게 해줬어요. 그 때부터 친해졌지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csa0923)

“어깨수술 받을 때(2006년)요. 만약 수술이 잘 안되면 어쩌나 싶더라고요. ‘다른 길은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난 이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이런 생각이 스치더라고요.”

-시즌 20승과 한국시리즈 우승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면?(@97ksylove)

“한국시리즈 우승이요. 그 순간의 기분을 꼭 느껴보고 싶어요.”

-자신만의 페이스 유지법이 있다면?(@jisindol 등)

“선발 등판할 때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요. 제가 화분 키우는 게 취미거든요. 아침에 화분에 물도 좀 주고, 그렇게 몸을 움직이면서 긴장을 풀지요.”

-상대하기 가장 껄끄러운 타자는 누구인가요?(@S1215J)

“박병호(넥센)요. 2군에서부터 봤는데, 그렇게 펀치가 좋은 선수는 처음이에요. 아무래도 실투에 대한 부담도 있고…. 손목 힘은 제가 본 선수 중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야구선수 하길 정말 잘했다고 느낀 순간은?(@97ksylove)

“프로 입단(2004년)해서 계약금(2억원) 받았을 때요. 그 돈으로 구리에 집도 마련하고…. 아주 넉넉한 편은 아니었거든요. 저 뒷바라지하신 부모님 생각도 나고, 그 때 뿌듯했지요.”

-2승을 챙긴 지금의 목표는 어떤가요?(@yuky7122)

“처음에는 7승을 목표로 잡았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너는 10승 이상을 해줘야 하고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목표를 10승으로 잡았다가 지금은 다시 한 경기, 한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귀농해 밭 갈고 낚시 다닐 것”

○30년 뒤의 나의 모습은?

“아마 집 앞에서 밭을 갈고, 낚시를 하러 다니는 할아버지처럼 살고 있을 것 같아요. 수염도 덥수룩하게 기르고…. 저는 귀농생활 하고 싶어요. 농사 지으면,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안할 것 같아요. 만약에 이렇게 안 되면, 주말농장이나 낚시터라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한가로운 삶이 예전부터 꿈이었어요.”

SK 윤희상이 트윈터 인터뷰를 마친 뒤 사인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SK 와이번스
SK 윤희상이 트윈터 인터뷰를 마친 뒤 사인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SK 와이번스


윤희상?

▲생년월일=1985년 5월 17일
▲출신교=구리초∼인창중∼선린인터넷고
▲키·몸무게=193cm·88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4신인드래프트 SK 2차 1번(전체 3순위) 지명·입단
▲2011년 성적=20경기 3승1패 방어율 4.82
▲2012년 성적(29일까지)=4경기 2승2패 방어율 3.04 ▲2012년 연봉=4500만원


정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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