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저 멍했어요. 며칠 지나니 눈앞의 현실을 느끼게 되면서 더 힘들어졌어요.” 지난 일주일이 마치 1년이라도 된 듯했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여자 프로농구의 간판 가드 김지윤(37·사진). 13일 소속팀 신세계의 갑작스러운 해체 소식을 접한 그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친한 사람들은 너무 조심스러워 괜찮냐고 묻지도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지윤의 팀 해체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자신의 이런 운명이 한스럽기까지 하다. 마산여고 졸업 후 아마추어 실업팀 SK증권에서 뛰던 1998년 2월 팀이 농구단을 접으면서 당시 호화 멤버였던 유영주 이종애 정선민 등 선배 언니들과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외환위기 상황이라 워낙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이해는 좀 됐는데 이번엔 상처가 너무 크네요.”
SK증권을 떠나 국민은행 금호생명을 거친 김지윤은 신세계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고 했다. 지난 시즌 김지윤은 어시스트 1위를 차지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김지윤은 자신의 불확실한 앞날보다 후배 걱정부터 먼저 했다. “저는 이제 뛸 만큼 뛰었잖아요. 동생들은 아직 한창 코트를 지킬 때인데…. (김)정은이는 천안 집에서 매일 산에 다니며 기도하고 있대요.”
김지윤을 비롯한 신세계 선수들은 23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신세계 체육관에 모여 훈련을 재개하기로 했다. “일주일 안에 방을 빼라”는 통보를 접했던 선수들은 구단 측에 훈련 장소와 지방 선수 숙소 제공 등을 간청한 끝에 일단 다시 공을 튀기게 됐다. 김지윤은 “서로 의지라도 했으면 좋겠다. 농구단 인수 기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뿐”이라며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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