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의 송년 좌담회] “밥상만 차린 대구육상 교훈…꿈나무 집중 육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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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7시 00분


KISS연구원들이 2018평창동계올림픽까지 동계종목의 경기력 향상과 저변 확대 등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 결정 과정에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실질적인 종목별 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태릉|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KISS연구원들이 2018평창동계올림픽까지 동계종목의 경기력 향상과 저변 확대 등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 결정 과정에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실질적인 종목별 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태릉|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한국이 삼수 끝에 동계올림픽유치에 성공했다. 평창은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독일 뮌헨과 프랑스 안시를 제치고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권을 따냈다. 최근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발족하는 등 본격적인 대회 준비가 시작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체육과학연구원(KISS)은 국가대표팀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체계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KISS 연구원들과 좌담회를 통해 동계스포츠 변방으로 불리는 한국이 각 종목별 경기력 향상을 위해 2018년까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지를 놓고 토론했다.


▶한국 겨울스포츠의 현실은?

아이스하키·스키 등 세계 수준 큰 격차
인프라 열악…스포츠과학 지원도 부족


● 스포츠과학의 지원에서 벗어나 있는 동계 종목

사회= 현재 KISS에서 동계종목을 위한 어떤 지원들을 하고 있나.

문영진= “동계 종목 특성상 겨울에 눈 내리는 12월에서 그 다음해 3월까지 훈련과 경기가 집중돼 있다. 그 시기는 유럽에서 국제경기가 계속된다. 국가대표 선수는 모두 외국에 나가 있다. 국내에서 이 선수들을 지원, 교육하는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지금은 2018년에 출전할 선수들을 육성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꿈나무 혹은 우수선수 발굴, 필요하다면 다른 종목에서 동계종목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선수를 찾아 종목 전환을 시키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최규정= “큰 틀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현재 여건으로 볼 때 바덴바덴에서 1981년에도 올림픽 개최가 결정되고 7년 뒤 서울올림픽을 치른 것과 비슷하다. 2011년 개최가 결정됐고, 7년 뒤 동계올림픽이다. 계절 스포츠의 현실상 4월이 지나면 시즌이 종료된다. 스포츠 경기력 향상을 위한 과학적인 지원이 하계와는 다르다. 경기력 향상이 녹록치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본에 충실한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성공 경험이 있다. 7∼8년 세월은 적지 않다. 큰 틀에서의 꿈나무 육성을 포함해 현 대표선수를 끌어가는 방향 등이 제시된다면 동계올림픽 성공모델을 창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 한국 동계스포츠 종목별 현실은 어떤가.

송주호= “2018년이면 사실상 향후 5년 남았다고 봐야 한다. 꿈나무는 큰 의미가 없다. 유망주 상비군 의미로 팀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아이스하키 담당인데 촌외 종목이다. 세계 최고의 수준과 경기력 차가 크다. 올림픽 나가는 것은 꿈에도 못 꿀 정도다. 5년 정도 남았다고 보고 고교 3학년에서 대학생들을 위주로 상비군을 꾸려서 훈련을 해야 한다. 광범위 하지 않고 선택과 집중을 해서 한다면 홈그라운드 이점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서태범= “최근 쇼트트랙 종목을 맡아서 코칭스태프와 교감을 나누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논의를 통해서 2018년 동계올림픽까지 어떻게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도모할 것인지를 준비할 계획이다.”

정진욱= “현재 있는 선수들보다 2018년에 출전할 수 있는 어린선수들을 키워야 한다. 스노보드 종목은 유망주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장애우 스키를 지원하고 있는데 포커스가 약간 다르긴 하지만 현재 세계에서 2∼3위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스키도 촌외 종목인데 지원 방법 등을 협의를 하고 있는 단계다.”

성봉주=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사격)은 30위권 남녀1명씩이 있다. 여자 선수의 경우 2018년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그 동안에 총기 소지가 어려워서 상무에서 사격훈련을 했다. 사격점수에서 많이 떨어졌다. 다행히 지난해 세계선수권을 유치하면서 강원도 평창에 전용경기장이 생겼다. 사격훈련도 많이 하고 있다. 사격훈련만 보충하면 해볼만 한다. 우리선수들의 주력과 지구력은 뛰어나다.”

김영숙= “현재 스키에서 심리지원하고 있다. 유럽 사례들을 살펴보고 있다. 기술, 체력 부분을 지원할 때 심리 지원도 포함되어야 한다. 지도자들과 이야기하면 심리적인 지원을 원하고 있다. 실제로 동계스포츠종목에서 경기력 결정요인이 뭔지 알아봐야 한다.”

7월 열린 IOC총회에서 평창의 2018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되자 유치위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7월 열린 IOC총회에서 평창의 2018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되자 유치위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안방 올림픽, 남의 잔치 안되려면?

메달 가능성 종목 선택해 전략적 지원
발굴한 유망주 훈련·출전 체계적 관리


● 종목 선택과 선수 발굴의 필요성

사회= 그렇다면 지원체계를 다시 수립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선행 작업이 필요한가.

최규정=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가 동계스포츠 발전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사실상 바닥에 있는 종목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 성공적인 예가 있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 유치를 한 뒤 조정에 투자했다. 10년간 유럽전지훈련을 꾸준하게 보냈다. 그 결과 여자 2명이 금메달을 땄다. 집중적인 투자의 결실이다.”

윤성원= “88서울올림픽 때처럼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긴 힘들다. 당시는 몇몇 국가가 메달을 독식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평준화됐다. 한국은 동계 10여 종목 중 3개 종목에서만 메달을 땄다. 앞으로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6∼7년간 종목을 선택하고 집중 지원해도 메달 획득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아예 종목을 정해서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알파인 스키, 모굴 스키 등 동양인 체형에 맞는 종목들을 집중 육성해도 좋을 듯 하다.”

송주호= “대구 육상을 생각해보면 흥행은 성공했다고 하는데 경기력은 바닥을 쳤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거울삼아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특별히 준비해야 한다. 왜 그런 실패가 이루어졌는지 점검해야 한다. 우리가 밥상을 차려놓고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

김광준= “스노보드는 미국, 유럽이 강세였다. 지금은 일본, 중국이 톱5에 올라와 있다. 선택과 집중을 잘 했다고 들었다. 스노보드 하브파이브의 경우 체조나 육상 선수 출신을 뽑아서 접목을 시켰다고 들었다. 선수 선발이라든가, 선수들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 지금 종목의 예산으로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원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이 개최됐지만 메달 획득 가능성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하는 지도자가 많다. 평창까지 붐 조성이라도 이루겠다는 생각만 한다. 동계스포츠에도 스타플레이어들이 있다. 그들은 지도자가 컨트롤하지 못한다. 국내에서는 최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성봉주= “모든 종목에 중장기 전략을 세워서 연도별 계획대로 움직여야 한다. 밑그림을 확실하게 그리지 않으면 어영부영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큰 그림을 그리고 연도별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하나씩 정해야 한다. 바이애슬론처럼 가능성 있는 종목이 있다. 꿈나무 선수 육성, 해외전훈, 시합출전 등을 지원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컬링 같은 종목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는 손기술이 뛰어난 민족이다.”
▶동계 종목의 스포츠과학 활용방법?

유럽 사례 참고…경기력 외 심리도 지원
연구원·지도자·선수, 원활한 소통 필요


● 자도자, 협회, 과학자 삼위일체 절실

사회= 동계스포츠와 과학적인 지원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문영진= “우선 체육과학연구원의 실정부터 살펴보자. 스포츠과학연구실에 총 18명이 있는데 하계종목 52종목, 동계 17종목을 나눠 담당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야만 장기적인 안목을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는데 현실은 만만치 않다. 동계 종목 기자재도 거의 없다. 동계종목 분석할 수 있는 기자재와 프로그램, 인력 등을 지원해줘야 한다. 문체부나 국가적인 차원의 협조가 필요하다.”

송홍선= “스포츠과학입장으로 보면 하계스포츠에 비해 동계스포츠가 월등히 떨어진다. 특히 동계종목은 생활체육지도자교육, 코치아카데미하면서 체계를 잡아주는 수준이었다. 스포츠과학지원도 매우 적었다. 인력 등 문제가 있었을 것 같다. 그런 지도자들 가운데 세계적인 선수가 얼마나 나올 수 있을까. 스피드 스케이트 종목은 세계적인 지도자를 보유하고 있다. 종목마다 그런 수준의 지도자 필요하다. 스포츠과학자의 입장에서는 종목을 알기 위해서는 5∼10년을 담당해야 한다. 스포츠과학자와 지도자 관계도 중요하다. 대구육상에서도 나타났듯 효과는 한 순간에 나오지 않는다. 스포츠과학, 현장, 지도자 삼위일체가 중요하다.”

김광준= “어떤 지도자 말이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트는 2018년에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한다. 지도자가 역수출되면서 세계적으로 평준화됐다는 것이다. 기대하는 종목에서 메달 딸 가능성이 희박할 수 있다. 우리만의 독특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단 이야기다.”

이순호= “여기 계신 분들은 스포츠과학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현장측면이 강하다. 경기력은 5∼6년 만에 안 된다. 10∼20년 역사성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메달 목표만 두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서 장기적으로 동계종목의 환경,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장기적인 계획이 더 중요하다. 결국은 정부나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인프라 등에 대해 먼저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그런 뒤 현장 지도자, 선수가 연구원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 등을 조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정책적으로 방향을 세울 때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체계도 만들어져야 한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의 경우 캐나다는 다양한 정책과 프로젝트 등을 준비했다. 그에 의해 상당한 성과를 봤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문건을 입수해서 국내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방법도 찾아야봐야 한다.”

윤성원= “실질적으로 선수들의 기량 발전이라는 부분에 대해 문체부, 대한체육회,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각 종목의 협회, 지도자, 스포츠과학자 등이 조직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유기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어느 한 기관에 맡겨서는 안 된다. 2018년 대회가 개최되는데 6년 정도가 남았다. 긴 시간이 아니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동계스포츠 경기력 향상을 위한 조직이 구축되어야 한다.”

사회·정리|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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