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3D 인터뷰] 정대현 “‘1점대 방어율’전설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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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6일 07시 00분


FA 정대현은 내년 시즌 어떤 유니폼을 입게 될까. 그의 가치가 남다른 덕분에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도 많아 보인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때 스트레칭을 하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은 정대현. 스포츠동아DB
FA 정대현은 내년 시즌 어떤 유니폼을 입게 될까. 그의 가치가 남다른 덕분에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도 많아 보인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때 스트레칭을 하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은 정대현. 스포츠동아DB
11년 통산 방어율 1.93
특급 핵잠수함 마무리
스피드·각도·코스 변주
직구 없이 구종 10가지도 넘어

언더핸드 투수 교실 열어
‘프로서도 성공’ 희망전하는 것이 꿈
19일 SK와 미팅…ML 진출도 염두


SK 정대현은 데뷔 11년만에 FA(프리에이전트)가 됐다.

정대현은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최고의 언더핸드 가운데 한 명이다. KIA 이강철 코치가 최고의 언더핸드 선발투수였다면, 그는 언더핸드 최고의 불펜투수다.

2001년 SK에 입단한 그는 11년 동안 32승, 99세이브, 76홀드, 방어율 1.93을 기록했다. 477경기에 나가 569이닝을 던지면서 1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다. 프로 최초로 100세이브와 100홀드를 모두 달성한 구원투수가 될 확률도 높다.

정대현은 지난 10년 동안 직구없이 싱커와 커브 단 두가지만을 던졌다. 타자들이 마구라고 부르는 그의 싱커는 역대 최고로 평가받는다. 구종은 두 가지 뿐이지만 던지는 스피드와 각도, 코스의 변화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열가지가 넘는 구종이다.

FA 정대현은 19일 소속팀 SK와 두번째로 만난다. 그는 “SK와 국내 모든 구단, 미국과 일본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며 가능한 빨리 진로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대현을 원하는 팀은 많다.
대학 시절부터 그가 꿈꿔왔던 메이저리그도 그를 주목하고 있다.


■ 정대현이 말하는 정대현


● 묻고 도전하고 창조한다


군산상고 2학년때까지 정대현은 오버핸드 투수였다. 볼은 빨랐는데 변화구를 전혀 던지지 못했다. “대현아, 언더핸드로 한번 해보자”는 나창기 감독의 말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언더핸드로 던지고 나서는 모든 게 잘풀렸다. 정대현은 “제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일은 질문을 많이 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려운 고비 때마다 감독과 코치, 선배에게 물었다. 그가 남들과 달랐던 점은 코치가 시키는대로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스로 다양한 그립으로 공을 던졌고 남들이 하지 않는 그만의 폼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역대 최고로 평가받는 그의 싱커도 그런 노력에서 탄생했다. 정대현은 평소 말이 적은 투수다. 하지만 후배들이 질문을 해올 때 만큼은 자상한 선생님으로 변한다. “많은 선수들이 그저 코치가 시키는대로만 합니다. 성공할 수도 있지만 그 코치가 떠나면 슬럼프를 겪죠.” 그는 “후배들이 항상 왜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궁금할 때는 질문하고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야만 슬럼프가 없다고 했다.

SK 와이번스 정대현.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 정대현. 스포츠동아DB

● 11년 통산 방어율 1.93

해마다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은 방어율이다. 11년 동안 6번의 1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다. 데뷔초 2년을 빼곤 꾸준하게 제몫을 했다. 최근 3년연속 1점대 방어율을 기록했고 최근 7년 가운데 무려 6번을 1점대로 막았다. “은퇴할 때까지 1점대 통산 방어율을 지키는 게 큰 목표입니다.” 프로야구에서 통산 방어율이 1점대인 투수는 선동열 KIA감독밖에 없다. 1647이닝을 던져 방어율 1.20을 기록했다. 선발투수는 아니지만 불펜에서 569이닝 동안 쌓아올린 방어율 1.93은 위대한 기록이다.

● 10년 동안 직구를 안던졌어요

정대현에게 흔히 말하는 직구, 포심패스트볼은 없다. 그는 싱커와 커브 두가지만으로 지난 10년 동안 최고 투수의 자리를 지켰다. 단순하게 싱커와 커브만을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정대현의 싱커와 커브는 타자의 몸쪽과 바깥쪽 모든 코스를 공략한다. 최고 135km부터 120km까지 그의 싱커는 스피드 변화가 심하다. 떨어지는 폭도 역시 5cm에서 20cm까지 맘먹기에 달렸다. 커브는 휘어져 나가는 공과 떠오르는 공 두가지를 던진다. 역시 스피드와 휘는 각도를 조절한다. 롯데 이대호도 지난해까지는 정대현의 공을 중심에 때린 적이 거의 없었다. “올해 던지고 싶은 공을 제가 불안해서 못던진 적이 있었어요. 그 부분에 대한 대비를 잘 해야할 것 같아요.”

●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대현은 미국전에 두차례 선발투수로 나갔다. 예선전에서 7이닝 무실점을 했고 준결승전에서는 6.1이닝 동안 2실점으로 막았다. 두차례의 등판에서 그는 1.35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미국타선을 농락했다. 경희대 졸업을 앞둔 그에게 미국팀에서 스카웃제의를 해왔다. 군산상고 졸업 당시 쌍방울에 우선지명이 됐던 그였지만 군문제를 일찌감치 해결한 상황이었다. 미국행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조건이 너무 나빴다. “잘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내 싱커와 내 커브를 던지면 과연 어떨까?” 메이저리그에서 던져보고 싶은 그의 희망이 과연 이루어질지 궁금하다.

● 언더핸드 투수교실을 열고 싶다

정대현은 언더핸드 투수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다. 그는 은퇴하면 꼭 언더핸드 투수교실을 열어서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언더핸드는 스피드로 타자를 제압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지적했다. 전광판에 찍힌 그의 최고 스피드는 135km. 하지만 오버핸드와 언더핸드의 체감속도롤 단순히 숫자로 비교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마추어에서도 언더핸드나 사이드암은 체격이 작은 선수나 오버핸드로 실패한 선수가 마지막에 선택하는 길이다. 언더핸드는 프로에서 성공할 확률이 낮다는 인식이 뿌리박혀 있다. 정대현은 언더핸드도 충분히 프로에서 성공할 수 있다며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강조했다.

● 앞으로 3∼4년은 자신있다

프로데뷔후 2년 동안 빠른 공을 던지려다 실패했다. 주변에서 ‘공이 너무 느려 안되겠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성공은 빠른 공을 버리고 나서야 찾아왔다. 자신이 해왔던대로 싱커와 커브를 정확하게 던지는 게 해답이었다. 컨디션이 안좋은 날은 감독에게 말했다. 조범현 감독에게도 그랬고 김성근 감독에게도 그랬다. 내 피칭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오히려 팀에 마이너스 효과다. 중요한 것은 항상 최고의 몸상태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3∼4년은 자신있다. 항상 닥쳐올 위기를 생각하면서 준비해 나가기 때문에 충분히 해낼 수 있다.


■ 김상진 코치가 말하는 정대현 “후배들에겐 코치 이상의 멘토”

● 정대현처럼 몸관리를 잘하는 투수는 본 적이 없다


코치입장에서 정대현은 최고의 선수다. 특히 멘탈적인 부분에서 그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다. 후배들에게 코치 이상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 위기때 믿고 마운드에 올릴 수 있다

정대현은 위기를 벗어날 해답을 갖고 마운드에 올라간다. 등판하기전 시뮬레이션게임을 완벽하게 끝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운드에서 생각한대로 오차없이 해낸다.

● 정대현의 싱커는 역대 최강

개인적으로 언더핸드 가운데 싱커는 정대현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정대현의 싱커는 오른팔을 잘 숨겨나오기 때문에 타자들이 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적고 그래서 더 위력적이다.


■ 김원형 코치가 말하는 정대현 “말수 적지만 야구 얘기땐 수다쟁이”

● 오직 최고의 몸상태만을 생각한다


대현이는 말이 적고 차분하다. 경기장에서 대현이가 생각하는 것은 오직 최고의 몸상태로 마운드에 오르는 것 뿐이다. 대현이는 작은 가방에 항상 스냅볼과 튜빙도구를 갖고 다닌다.

● 야구밖에 모른다

술도 잘 안마시고 담배도 안피우고 특별한 취미도 없다. 오직 야구와 가정밖에 모른다. 야구 이야기를 할 때는 ‘이렇게 말을 잘하나’할 정도로 말문이 트인다.

● 정대현의 공은 타자를 압도한다

정대현의 공을 완벽한 스윙으로 치는 타자는 거의 없다.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속도는 145km 이상이다. 싱커와 떠오르는 커브는 마치 비행접시의 움직임 같다.

■ 정대현 프로필

▲ 생년월일=1978년 11월 10일
▲ 출신교=군산중앙초∼군산남중∼군산상고∼경희대
▲ 키·몸무게185cm·98kg(우투우타)
▲프로데뷔
- 1997년 쌍방울 2차 우선지명
- 2001년 SK입단(통산 11시즌 477경기 32승 22패 99세이브 76홀드 방어율 1.93)
▲ 2011년 연봉=2억6000만원
▲ 2011년 성적=53경기 3승 3패 16세이브 11홀드 방어율 1.48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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